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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 심재찬 [연합뉴스 자료 사진]


연출가 심재찬은 작품에 대한이화전기 주식
이슈보다 문화 예술 분야 행정 전문가로서 조명된 인터뷰가 더 많다. 연극인 중에서는 드물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연극인복지재단, 국립극단, 한국예술인복지재단까지 거치면서 행정의 주요 직책을 맡았기 때문에 그의 80, 90년대를 모르는 젊은 연극인들은 심재찬을 아예 예술 행정가로 알고 있는 이들도 있다.
심재찬이 굵직굵직한 연극 행정을윈포넷 주식
도맡을 수 있던 것은 연극 현장의 바닥에서부터 착실하게 쌓아 올린 다양한 경험 덕분이다. 극단 '고향'(1977~1980)에서 연극을 시작한 심재찬은 닐 사이먼의 '2번가의 죄수'(1978)로 연출가 데뷔를 한 이후, 차범석이 이끌던 극단 '산하'(1981~1982), 손진책 연출가가 있던 '민예'(1984~1986), 임영웅 연출가의 산울림에서 연극 평주식투자기초
생에 쓰일 중요한 자양분을 얻었다.



심재찬 연출 연극 '방문자' [연합뉴스 자료 사진]


그중에서도 고(故) 임영웅 연출가와 극단 산울림은 심재찬에게 각별한 곳이었다. 1990년대에 자립해서 극단 '전망'을 창단했지한국금융지주 주식
만, 필요하다면 언제든 산울림에서 자리를 지켰다. 최근 산울림 극장에서 고 임영웅의 1주기를 추모해서 올린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이하 '고도')의 연출도 심재찬이 맡았다.
"임 선생님은 정확한 분이셨고 산울림 '고도'는 워낙 검증된 작품이어서 별다른 걱정은 없었어요. 그런데 딱 하나, 러닝타임에서 고민을 했죠. 이게 워낙 3시간 정도가삼화왕관 주식
나오는데, 임 선생님 때도 2시간 15분 정도로 만들었어요. 배우들이 엄청나게 달렸던 거죠. 그런데 제가 연습을 해보니까, 원작가 베케트의 통찰이 묻어나는 장면에서 시간 때문에 밀어붙이면 자칫 놓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중간에 나가는 관객이 생겨도, 30분 포기 못 하겠다, 했죠. 그런데 관객이 집에 안 가더라고요(웃음). 제가 더 놀랐어요."
그렇게 임영웅을 오마주한 '고도'는 6년 만에 다시 한번 산울림 무대에 올랐고, 이달 4일까지 한 달여 동안 매진 사례를 빚으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산울림 40주년 공연 '고도를 기다리며'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8일 서울 마포구 소극장 산울림에서 열린 개관 40주년 기념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이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5.9.8 mjkang@yna.co.kr


1989년, 산울림의 '고도'가 아비뇽연극페스티벌에 참가할 때 심재찬도 함께 프랑스로 갔다. 프랑스 극장에서 과감하게 한국어 공연을 한다고 관객이 항의까지 하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세계 각지에서 온 연극인들은 한국의 '고도'를 뜨겁게 환호했고 상호 교류까지 제안됐다. 당시 현지 기자는 "유럽과 헝가리에서 만들어진 어떤 '고도'보다도 더 비극적이고 그 기다림의 농도가 강한 무대였다"(한국일보, '극단 산울림 '고도를 기다리며' 프랑스 선풍, 1989.8.13)는 코멘트를 남겼다.
산울림의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했던 심재찬은 이제 국내에서 정통적인 한국 사실주의 무대를 보여줄 수 있는 얼마 남지 않은 연출가 중 하나다. 명동예술극장에서 주요한 레퍼토리 작품 가운데 하나가 심재찬의 '만선'인 까닭도 그 때문이다.
"서라벌 고등학교에 다닐 때 저는 방송반이었어요, 연극반은 옆 반이었는데, 이진순 선생님이 지도하셨죠. 그분과의 특별한 인연은 중학교 2학년 때였어요. 명동예술극장에서 연극을 하나 봤는데, 너무 멋져서 그 전단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어요. 그게 이진순 선생님의 '학마을 사람들'이었던 거죠. 방송반보다 연극반을 더 자주 드나들었어요. 중학교 때부터 저는 아예 연극 하겠다고 작정했어요. 집에서는 반대가 심했죠. 가출해서 동가식 서가숙하며 살았지만, 연극만큼 중요한 건 없었어요. 7, 80년대, 그때는 뭐, 우리가 모두 뜨거울 때였으니까."
젊은 심재찬의 무대를 10여년간 꾸준히 지켜보던 한국일보 기자 구히서는 그에 대해 '차근차근하고 단정한 연출'(1989.11.1.) '꾸준한 일꾼'(한국일보, 1991.4.27)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극작가이자 산하 대표였던 차범석은 심재찬의 연출 무대를 보고 극단 이적을 권할 만큼 그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젊은 연출가로서, 연극인으로서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고민과 갈등은 오히려 산하로 이적하면서 더 커졌다.
"산하는 고향에 비해서 대중성이 강했지만, 제가 이적할 즈음에는 민주화운동이 일어나고 차범석 선생님이 붓을 꺾고 목포로 내려가서 활동이 저조했죠. 게다가 사실주의 연극보다 부조리극이나 실험극에 대한 새로운 시도가 많을 때라서 주변에서는 저보고 '옛날 연극을 한다'면서 놀렸거든요. 저도 한국 사실주의의 막차를 타고 있다는 생각에 고민이 많았죠."
그 방황의 시기에 민예의 손진책이 손을 내밀었다. 고맙고 든든했지만, 내심 고민은 더 컸다. 고향과 산하에서 몸에 밴 옛날 방식의 한국적 사실주의 감각을 떨쳐내고 싶던 때었는데, 민예는 아예 한국 전통 양식을 표방하고 있던 극단이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전통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그래도 결국 민예에 들어갔죠. 북채 들고 고수하면서 3년 반을 지냈는데, 그제야 제대로 된 한국적 사실주의를 깨닫게 되더라고요. 전통 양식과 가락은 물론이고 한국적 정서를 깊이 있게 공부했어요. 지금 내가 우리 장단을 다 알고 한국적인 색깔을 내는 것도 모두 진책이 형 덕분이에요. 나중에 형은 극단 미추를 만들어 나갔고, 저는 산울림으로 들어오면서 헤어졌어요."
1987년부터 심재찬은 산울림에서 임영웅 연출가의 극장 운영을 도왔다. 당시 산울림처럼 극단이 독자적인 공간을 운영하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산울림은 운영 방식이 체계적이었고, 초대권이 흔하던 시대에 도전적으로 티켓 마케팅을 시작했다.



연출가 임영웅 [극단 산울림 제공]


"사람들이 산울림은 문턱이 높다고 생각했어요. 초대권이 없었거든요. 저는 티켓을 파는 홍보마케팅의 최전방에서 뛰었죠. 술을 밤새도록 마셔도 아침 9시에는 반드시 신문사를 돌았어요. 보도자료를 들고 가서 반드시 기자 얼굴을 보고 줬어요. 그게 별 게 아닌 것 같아도 10년을 똑같이 하니까 기자들도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그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하던 사람이 한국일보 기자였던 고(故) 구히서 평론가였다. 1970년대 청년 심재찬에게서 봤던 성실함 때문에 평론가 구히서는 살아생전에 그를 가까이에서 신뢰했다.



연극 평론가 구히서 [김광보 연출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학연이나 지연, 어느 한구석 기댈 데 없이 맨몸으로 세상에 나와 성실함 하나만으로 세상과 부닥쳐 살아가는 그에게 연극인으로서 살아갈 의지와 방향을 가르쳐준 사람은 구히서 평론가와 임영웅 연출가였다. 두 사람은 심재찬에게 평생의 가족이자 스승이었고, 아버지였다.
홀로 외롭게 살다 간 구히서 평론가의 기일을 지켜 매년 술잔을 올리는 일도, 임영웅 연출가의 추모 1주기 무대를 지킨 일도, 지극히 심재찬다운 진정성이다. 사람에 대한 애정과 신의를 지키는 일, 연극 인생 50년 동안 그가 연극을 통해 배운 가장 소중한 철학이다.
선연(禪蓮) 김수미. 연극 평론가
▲ 전 월간 '객석' 연극전문 기자. 현 중랑문화재단 문화정책사업팀장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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