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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 직원이 드나드는 걸 거의 못 봤어요. 가끔 밤에만 한두 명씩 드나든 적이 있는 것 같아요.”
지난 20일 오후 4시쯤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의 한 빌딩. 이곳에 입점한 화장품 제조·판매사 코스메디엠 사무실은 굳게 잠겨 있었다. 문틈 사이로 보이는 33㎡(약 10평) 남짓 사무실에는 책상 3개와 책장 2개, 의자 몇 개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건물·사무실 어디에도 회사 이름을 알리는 간판을 찾을 수 없었고, 이 건물에 입주해 있는 사람들도 코스메디엠이 한 건물에 있는지조차 몰랐다. 코스메디엠은 최근 판촉물 구매 비리 의혹오션파라다이스 릴게임
을 받고 있는 NH농협생명에 납품된 20억원어치 핸드크림의 책임 판매사로 등록된 업체다.
농협생명은 지난해 12월 31일 농협하나로유통삼송센터와 ‘르도암’이라는 브랜드의 핸드크림 3종 세트 10만개를 주문했다. 단가는 세트당 2만원으로 총액은 20억원에 달했다. 계약 규모가 큰 만큼 당시 농협생명 부사장이었던 박병희 현 대표까지 결재 라인꽁머니
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실제 농협생명에 납품된 핸드크림은 10억원어치(5만개)에 불과해 나머지 10억원을 횡령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농협금융지주가 특별감사에 나선 후에야 뒤늦게 나머지 5만개가 납품됐다. 농협생명 측은 계절적 요인 등을 고려해 분할 납품 받은 것이라 주장하고 있지만 금융감독원은 지난 21일부터 검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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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된 핸드크림은 경기 용인시 소재 한 회사가 제조하고, 판매(화장품 책임 판매업자)는 코스메디엠이 담당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그런데 코스메디엠은 자본금 1000만원에 불과하고 1987년생 대표 1명이 직원의 전부인 회사다. 더구나 2024년 11월 14일에서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화장품 책임 판매업 허가를 받았다. 허가받은 지 약 1개월 만에 세력77매매
르도암을 만들어 유통했고, 농협생명이 20억원어치나 주문한 것이다. 농협생명은 10만개 대량 주문을 하면서 개당 2만원이나 지급키로 했다는 것도 의혹을 키우고 있다.
코스메디엠 사무실은 화장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보이지 않았다. 책장에는 화장품과 무관한 문화재 관련 서적만 꽂혀 있었고, 이마저도 오랜 기간 방치됐는지 먼지가 수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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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메디엠이 입점한 건물에서 만난 직장인·상인 10여 명도 회사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사무실 소유주인 A씨조차 “매번 직접 임대 계약을 하는데, 코스메디엠이라는 업체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코스메디엠과 같은 층을 사용하는 스크린 골프장 사장 B씨는 “(해당 건물에) 사람이 출입하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다”며 “직원을 보기 어렵다는 게 좀 이상했다”고 했다. 아래층 편의점 사장 C씨도 “그런 업체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건물 외부에서 창문으로 봐도 사람을 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오후 코스메디엠의 사무실이 있는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 빌딩의 층별 입점 업체 안내판. 코스메디엠의 상호를 확인할 수 없었다. /김민국 기자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농협생명과 수의 계약을 맺은 하나로유통삼송센터는 에이오(AO)와 라인플러스라는 회사에 핸드크림 구매·유통 하청을 줬고, 두 업체는 다시 지현살롱이라는 업체에 재하청을 맡겼다. 그런데 이 지현살롱은 농협생명 직원의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였다. 코스메디엠→지현살롱→에이오·라인플러스→삼송센터→농협생명 순서로 핸드크림이 유통되는 구조인 셈이다.
그런데 핸드크림 르도암 브랜드의 공식 홈페이지 주소는 ‘jhsalon’이었다. 문제가 된 지현(jh)살롱(salon)을 나타내는 아이디(ID)로 추정된다. 책임 판매업자로 기재된 코스메디엠은 유령회사일 뿐이고, 실제로는 이런 복잡한 단계를 거쳐 농협생명 직원 가족이 운영하는 지현살롱이 농협생명에 핸드크림을 납품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금감원 검사의 핵심은 10억원의 자금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 돈이 농협중앙회 지도부와 연관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박병희 농협생명 대표가 관련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도 주요 쟁점이다. 앞서 경찰은 이 건과 별개로 1억원대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의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당시 구매한 핸드크림은 해당 기업 제품이 맞다”고 주장하면서도 “현재 감사 중인 사안이라 세부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핸드크림이 기한 내 납품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는 “시기의 문제”라고 했다. 기한은 지났지만 최종적으로는 핸드크림이 전부 납품됐다는 것이다. 조선비즈는 코스메디엠 대표와 지현살롱 대표에게 여러 차례 전화 연락을 했지만, 모두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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