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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순동경찬 작성일25-10-23 18:39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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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픈 아버지 보살피는 주인공어릴 적 젊은 아빠 생각하며당연하게 여기던 헌신 되새겨
    나 또한 어머니께 감사드리며'외롭지 않게 하겠다'는 다짐아버지 산소에서 다시 곱씹어
    추석연휴 전 아버지 산소에 다녀왔다.
    삼십 년 전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던 아버지를 마주 대하는 성묘, 해마다 찾아오는 추석 성묘이지만, 고3 아들을 둔 나에게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내 나이 스물다섯, 복학해 대학교 3학년이 되기 전 정월 대보름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우리 가족에게는 뜻밖의 일이었다. 평소에 고혈압약을 드시긴 하셨지만, 건강관리를 잘해 오셨던 터라 황망하게 세상을 떠날 줄은 상상도 못했다. 3일간의 수익창출
    장례를 치르고, 아버지를 창원공원묘역에 안장하고 다짐했던 약속 '어머니를 잘 모시겠다고, 어머니를 외롭지 않게 해 드리겠다고'은 현재 진행형으로 남아 있다.
    아버지가 살아온 삶을 이해하는 것, 나도 아버지가 되고 나서 어렴풋이 떠올려 본다. 한집안의 가장으로서 삶의 무게를 감당하셔야 했던 생전의 삶, 크고 작은 아픔과 시련에 맞닥뜨렸을 때낙폭과대우량주
    힘든 일상을 헤쳐나가며 가족을 위해 헌신해 오신 아버지의 모습이 선연하다.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중략)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황금성온라인
    영웅이 될 수도 있지만 – 김현승의 시 '아버지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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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의 엔딩> 표지


    김유나의 <내일의 엔딩>은 아버지를 향한 딸의 사랑과 헌신, 그리고 돌봄의 의미를 깊이 탐구하게 하는 소설이다. 주인공 자경은 뇌경색 폐색증으로 병상에 누운 아버지를 6년간 홀로 간호한다. 자경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점차 '돌봄'이 단순한 희생이 아니라 관계를 이어주는 마지막 대화이자 사랑의 형태임을 깨닫는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파이팅"을 외치고, 숨소리를 세며 "지금처럼 열심히 숨 쉬어. 들숨에 자경이, 날숨에 자경이", 조금씩 다가오는 이별의 시간을 견디는 그 과정은 슬픔이자 사랑의 연장이 된다. 자경에게 '돌봄'은 단순한 자식의 의무가 아니라,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하겠다는 다짐이자 애틋한 사랑의 표현이다.
    자경은 자신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위해 사는 삶에 대해 생각했다. 예상하지 못한 어느 순간에 작고 여린 것을 태우고 가는 삶. 어쩌면 아빠도 그랬을까. 상처(喪妻) 후 남겨 진 갓난아이를 업은 젊은 아빠가 어슬렁어슬렁 골목을 배회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아주 느리게(27쪽)
    자경 자신의 삶보다 아버지를 돌보는 게 더 우선시되는 생활,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아버지의 간병, 숨 쉴 틈 없이 닥쳐오는 간병 생활을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어가는 자경의 삶은 사경을 헤매는 아버지를 향한 '지극한 마음'과 금전적인 문제로 '지긋지긋한 마음' 사이에서 남몰래 가슴앓이를 한다. 소설은 '돌봄'이 누군가를 위해 헌신하는 고된 일이면서도, 결국 그 헌신이 자신을 구원하고 성숙하게 한다는 진실을 조용히 일깨워 준다.
    내 어머니는 2021년 1월에 치매 초기 진단을 받으셨다. 진단 전부터 조금씩 달라지던 모습,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 헤매던 날들, 사소한 기억에 혼란을 겪으시던 순간들, 미사 시간을 여러 번 확인하시던 일은 그때는 불편했지만 이제 돌이켜 보면 서글픈 전조였다. 용인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누나가 어머니를 모신지도 4년 4개월이 흘렀다. 처음에는 어머니를 향한 지극한 마음에서 시작한 돌봄이 4년 세월이 흐르고, 더 나아지지 않는 돌봄에 지쳐가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를 되새겨 본 문장이 있었다.
    "인간을 기어이 살아가게 하는 삶의 소중한 빛은 언제나 멀고 희미한 곳에 있다"(98쪽, 131쪽)
    멀고 희미한 곳에서 반짝이는 것은 부모님이 우리를 걱정하고 잘 살기를 바라며 기도하는 빛일 것이다. 나를 존재하게 해준 사람, 나의 존재를 빛나게 해준 사람이 지금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다. 자신의 빛을 다 내어주고도 여전히 자식의 길을 비춰주는 희미하지만 따스한 등불. 어머니가 지금 점점 빛을 잃어가고 계신 것도, 어쩌면 이미 당신의 모든 빛을 자식에게 다 내어주셨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멀고 희미한 곳에 있는 것보다 더 가깝고 밝은 곳에 살아 있으신 부모님에게 소홀함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문장이라서 마음 깊이 와 닿았다.
    '살아본 결과 미래란 행복이 아니라 책임이었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숨 쉴 틈이 없이 닥쳐오는 것이다. (중략) 자경은 삶이란 자유의지로 끌고 나아가는 것이라고 믿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삶이 자경을 끌고 갔다.(50~51쪽)'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삶을 내어줘야 한다는 것, 뇌경색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6년 동안 그 곁을 지키며 버텨내는 자경의 간병 생활은 남의 일 같지 않게 다가온다. 간병과 돌봄은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누군가를 돌보아야 하고, 또 누군가에게 돌봄을 받아야 한다. 그 무게 속에서도 삶은 이어지고, 사랑은 여전히 빛난다. 상실은 우리를 아프게 하지만, 어쩌면 상실이야말로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추석연휴가 길어서 어머니를 뵈러 용인에 올라갔다. 마산에서 준비해 간 생선회와 복국을 맛나게 드시고 잠자리에 누운 어머니께 '엄마는 누나랑 나 키우면서 언제 제일 힘들고 좋았는지, 지금은 뭐가 좋은지'를 여쭤보았다.
    "니들 밥해 먹이고 옷 빨아 입힌 거 말고 내가 한 게 뭐 있노. 돈이 없어 못 살아서 그렇지. 그래도 니들이 있어서 뽀독뽀독 살았다 아이가. 너그 옴마가 식성이 좋아서 죽지도 않고 낭패다. 지는 잠에 살짝 가면 너그들 고생도 안 하고 좋을낀데, 내 그리 죄짓고 안 살았는데 내가 와이리 됐을꼬. 아부나이데스네"
    그러한 모습을 늘 지켜봐 왔던 누나는 가끔은 손 놓아 버리고 싶다가도 그럼에도 꼭 움켜잡게 된다고, 지금 나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에 마음을 다하는 것뿐이라고 이야기하며 4년 4개월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만큼 힘들었다고, 지극한 정성으로 어머니를 보살피고 돌보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하소연하였다. 삼십 년 전 아버지에게 했던 약속을 나보다는 누나가 더 힘겹게 지켜나가고 있어 늘 감사하고 미안할 뿐이다.
    소설 속 자경은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오래전 자신이 감독한 영화 <소설小雪>의 DVD를 발견한다. 망한 영화라도 완성은 하겠다는 의지, 자신의 최선이 부끄러워 도저히 인정할 수 없대도 어떻게든 완성해 함께 고생한 동료에게는 보여줘야 한다는 자경의 생각은 비록 망한 영화일지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그 모습은 마치 아버지가 써 놓은 일기와 겹치며, 끝까지 삶을 살아내려는 의지와 닮아 있었다.
    "영화엔 러닝 타임이라는 게 있어. 네 속도만 고집할 수가 없다는 거지. 다른 시간도 좀 따라가 보고 그래라."(103쪽)라는 말은 나에게도 큰 위안이 되었다. 살아온 날들이 고스란히 영화의 러닝 타임처럼 이어져, 언젠가는 끝나더라도 그 순간순간이 빛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어머니와 함께한 시간, 그 사랑의 기억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도.
    '가족'이 '가족'으로서 있을 수 있는 때가 영원할 것 같아도, 사실은 너무나도 짧고, 쏜살같이 지나가 버린다. 그리고 어느새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삶을 살게 되고 결국 혼자 남게 된다. '함께'였을 때가 행복했다는 것은 언제나 그 행복을 잃어버린 후에야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함께 가족으로 있을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하고 행복하게 여기는 것뿐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 준 소설이 <내일의 엔딩>이었다. 아흔하나의 연세이지만, 여전히 우리 남매를 영원한 자식으로 품고 계신 어머니께 감사드리며 남은 생이 고통스럽지 않기를, 평안과 행복으로 채워지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추천하고 싶은 영상>
    영화 – 테아 샤록 감독, 에밀리아 클라크, 샘 클라플린 주연 <미 비포 유>(2016년)
    영화 – 정기훈 감독, 최강희, 김영애 주연 <애자>(2009년)
    <추천하고 싶은 책>
    - 박희병 에세이 <엄마의 마지막 말들>(창비, 2020년)
    - 에이미 블룸 에세이 <사랑을 담아(IN LOVE)>(문학동네, 2023년)

    /서헌 창녕 영산고 교사




    ☞ 필자는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은 약한 존재이지만 또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가장 강한 존재라고 생각하며 서로에게 소중한 사람임을 인식하는 관계를 지향하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해 이해하는 '문학', 그리고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살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들여다보는 '역사'를 꾸준한 책읽기를 통해 심어주자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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