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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항일 독립운동을 한 세력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게 종교계이다. 천도교(동학)는 3.1운동을 주도하고, 6.10만세운동과 멸왜기도운동을 벌였으며, 전북 정읍에 본소를 둔 보천교는 상하이 임시정부에 막대한 독립운동 자금을 댔다.



호석 강석기(왼쪽), 해산 강철구


단군을 섬기는 대종교도 독립운동사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대종교는 독립운동가인 홍암 나철(나주식서적
인영)이 1909년 서울에서 시작한 종교이다. 자신회를 조직하여 을사오적을 처단하려 했던 나철은 거사에 실패한 뒤 단군을 섬기는 대종교를 시작했다. 일제의 탄압에 위협을 느낀 대종교 서일과 채오 등은 만주로 근거지를 옮겨 포교와 독립운동을 벌였다. 3.1운동에 앞서 1919년 2월 만주 지린에서 발표된 대한독립선언서(무오독립선언서)의 서명자 대부분이 대종교스카이라이프 주식
도였다. 대종교는 무장투쟁 군사조직인 대한정의단과 대한군정회, 북로군정서를 주도했다. 북로군정서(대한군정서)는 1920년 김좌진 장군의 지휘 아래 청산리전투에서 대승을 거뒀는데, 군정서의 총재가 대종교도 서일이었고, 김좌진이 총사령관, 이장녕이 참모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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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면 장하리 마을 입구의 대종교 지도자 강석기 추모비. 종문도사교성사 호석강공휘석기 추모비라고 젹혀 있다.





장하리에는 대한군정서(북로군정서) 독립운동자금 모금활동을 벌인 해산 강철구의 비가 조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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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리 입구에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벌인 진주 강씨 인물들을 기리는 비가 여러 개 조성돼있다.


북만주에서 독립운동을 전개한 대종교의 핵심 지도자 중에 부여 출신 호석 강석기, 해산 강철구 부자가 있다.빅텍 주식

강석기는 1862년 부여군 장암면 장하리 진주 강씨 집성촌에서 태어났다. 본래 이름은 석기이고 천도교에서는 '우'라고 불렀으며, 호는 '호석'이었다. 어려서 한학을 배웠으며 1900년 함경북도 경흥감리서를 시작으로 성진감리서, 길주감리서에서 주사로 근무했다. 감리서(監理署)는 구한말과 대한제국 시기 국경무역이 이뤄지는 개항장과 개시장(開市場)을 관리하는 부서였다.
1904년 관직을 그만둔 호석은 고향으로 내려와 교육운동에 나선다. 1906년 사재와 종중의 돈으로 천영학교를 세워 신학문을 가르쳤다. 고향은 물론 인근의 강경 논산 은진 등에 30여 개 야학을 세워 농민들을 교육했다. 경성공업전습소를 세워 실업교육을 하고, 뽕나무를 심고 잠업을 장려하는 산업진흥운동도 펼쳤다.
호석은 1909년 나철과 더불어 대종교를 시작한 이래 평생 대종교의 중심인물로 활동했다. 일제의 핍박을 피해 1913년 북간도 두만강 건너 화룡현으로 망명했다. 1914년에는 대종교도를 이끌고 백두산에 올라 자신의 피를 뿌리며 구국을 위한 제천의식을 거행했다. 이상설의 초청으로 러시아로 건너가 포교와 계몽운동을 벌였다. 연길현 관도구에 국내에서 운영했던 것과 동일한 이름의 천영학교를 세우고 동포 자제를 가르쳤다.
호석은 1919년 3.1운동에 연루돼 용정의 일본영사관에 40여일 갇혔으며, 국내로 강제송환돼 함경북도 회령감옥에서 수감생활을 했다.



강석기가 1924년 10월 강화도 정족산에서 단군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해 작성한 산제문. 자료=독립기념관.





강석기가 1920년경 평양에서 모셔온 단군 영정. 장하리 천진전에 봉안했다가 현재는 부여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충남도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됐다,


1920년 귀국 후에는 대종교 일에 헌신했다. 남도본사(한반도 전체 담당)에서 열린 삼신전 천제식의 집례원을 맡았고, 도사교리위로서 종단을 이끌었다. 당시 왕족인 이재곤과 고위관료 김윤식 등 70여 명이 대거 입교하자, 당황한 사이토 마코토 총독이 활동 중단을 조건으로 호석에게 현금 30만원과 도지사 자리를 제안했으나 거절했다고 한다. 1922년에는 대종교 대표로 미국에서 열린 태평양회의에 우리 대표의 참석을 허락해달라는 청원서에 서명했다.
대종교의 교리를 담은 종리문답 천산도설 애오가 등을 지었으며, 1922년에는 남도본사의 총리강, 이듬해에는 총본사의 전강을 맡아 일했다. 고향에서 중풍으로 고생하다 1931년 작고했다.
강석기의 차남 강철구도 대종교도로서 평생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1894년 생으로 강경공립보통학교를 마쳤으며, 한동안 경찰과 토지 측량 기사로 근무했다.
1917년 만주로 건너가 철령의 육영학교에서 중국어를 배웠으며, 아버지가 있는 북간도에 정착, 천영학교 교사로 일했다. 대종교 지도자 서일을 만나 대한군정서(북로군정서)에 참여했고, 군정서의 수장인 서일 총재의 비서로 일했다. 비서로서 독립선포문과 독립공채모금 관련 문서를 작성하는 등 독립운동에 종사했다.
1920년 4월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귀국, 11월에 장례를 치렀다. 귀국 당시 그는 대한군정서 재무국장 윤정현으로부터 군자금 모금 요청을 받았다. 군정서는 그에게 모금활동의 취지를 알리는 문서와 영수증, 기부자에게 군정서의 직책을 부여하는 사령서 등을 건네줬다.
강철구는 고향 부여에서 대종교도와 친지, 지인들을 대상으로 군자금을 모았다. 박길화와 상의하여 구룡면의 부자 박남규와 박창규, 장암면 강석민 등에게 군자금을 수령했다. 일부는 기꺼이 군자금을 냈고 일부 인사는 거절했으며, 나중에 돈을 내겠다는 납부서약서를 받기도 했다. 군자금 모금에 도움을 준 문경섭을 대한군정서 경신국장, 박길화 박남규 박창규를 분국장과 과장에 임명했다. 강철구는 하얼빈과 블라디보스톡을 거쳐 1921년 6월 북간도로 복귀, 군정서 서무부장 김택에게 300원을 전달했다.
1922년 9월 강철구는 아버지의 회갑연을 치르기 위해 다시 귀국했다. 이 때도 군정서의 사관양성소 주임 전승호로부터 임시정부 독립자금 모금을 요청받았다. 회갑연을 마친 뒤 부여의 박성호 이기범 김삼현 김재설, 논산의 김철수 등에게 도움을 청했다. 서울로 올라가 대한군정서 멤버인 김정제를 통해 김목현에게 뜻을 전달했으나 모금에는 실패했다.



강석기 강철구 부자가 활동했던 대종교 총본사의 옛터. 흑룡강성 영안시 발해진 상경로 동일가도 7호에 있다. 사진=독립기념관





강철구 애국지사가 벌인 대한군정서(북로군정서) 독립운동자금 모금사건을 보도한 동아일보 1922년 12월 24일자 기사. 강철구와 아버지 강우(강석기)의 이름이 보인다.





애국지사 강철구가 임오교변으로 수감생활을 했던 감옥(흑룡강성 자무쓰시 안경가 188호). 그는 병보석으로 풀려났으나 1달 뒤인 1943년 9월 순국했다.


다시 귀향한 그는 부여군을 돌며 상하이 임시정부의 활동을 설명하고, 임정에서 발행한 독립공채를 교부하여 군자금을 모았다. 그러나 돈을 운반하다 일제에 체포돼, 1923년 3월 경성지방법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아 옥고를 치렀다. 이 사건으로 함경북도 출신 김동순이 징역 2년, 김정제 문장섭 문경섭 박길화는 징역1년을 받았고, 김동진은 징역1년 집행유예에 처해졌다. 당시언론에 '대한군정서 사건' '강우씨(강기석) 사건'으로 보도돼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대종교 핵심인사인 아버지의 이름이 거론된 것도 눈길을 끈다.
강철구는 출옥 후 북만주로 복귀하여 대종교의 참교, 지교, 상교, 총본사 전강 등의 직책을 맡았으며, 서적간행회 총무로 <홍범규제> 등의 책을 펴냈다.
교세 확장과 독립운동을 벌이던 강철구는 임오교변으로 비운을 맞는다. 대종교는 1934년 총본사를 동경성으로 옮기고, 1937년에는 발해의 옛 고궁터에 천진전(단군전) 추진했다. 일제는 대종교의 교세 확장을 싫어했고 첩자를 침투시켜 감시했다. 1942년 조선어학회의 이극로가 대종교 윤세복 교주에게 천진전 건립과 관련 편지를 보냈는 데 일제가 <널리 펴는 말>이라는 원고의 제목을 '조선독립선언서'로 바꾸고 "일어나라, 움직이라."는 문구를 "봉기하자, 폭동하자."라는 일본어로 왜곡번역했다. 일제는 조선어학회 사건과 결부시켜 교주 윤세복 등 대종교 간부 25명을 검거했다. 권상익 등 10명이 고문으로 옥사했으며, 교주는 무기형, 나머지는 7-15년형을 선고받았다. 강철구도 무단장경무처 자무쓰형무소에 수감됐다가 병보석으로 풀려났으나 1개월 만인 1943년 9월 순국했다. 대종교는 이때 숨진 간부 10명을 '순교10현'으로 추앙하고 있다.



대종교 지도자이자 독립운동가인 강석기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김재근 선임기자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 독립운동가 강철구 부부의 묘. 국가보훈부가 1991년 10월 중국 길림성 유하현 삼원보에서 부부의 유해를 송환, 이곳에 안장했다.


강석기와 강철구 부자는 물론 장남 강진구와 3남 강용구도 대종교의 핵심으로 활동했다. 강진구는 총본사를 건축하는 등 많은 일을 해내 대종교의 '중광제현'으로, 3남 용구도 총본사의 요직을 맡는 등 '중흥제현'으로 추앙받고 있다. 일제는 장남 진구와 3남 용구를 늘 감시했고 두 사람 모두 개전의 정이 없는 반일성향의 인물로 기록했다.



부여군 장암면 장하리에는 이 마을 출신 독립유공자 16명을 기리는 추모탑이 세워져 있다. 김재근 선임기자





추모탑 하단에 새겨진 장하리 출신 애국지사 16명의 이름,





부여군 장암면 장하리는 국내 외에서 독립운동을 전개한 애국지사 16명을 배출했다. 자료=부여향토문화대전


부여군 장암면 장하리 마을 뒷산에는 천진전(단군전)이 현존한다. 일제 때 강석기가 평양 숭령전에서 모셔온 단군 영정을 모신 곳으로 마을 사람들과 함께 매년 천제를 지냈다고 한다. 이 마을 출신으로 군자금 모금사건에 가담한 독립유공자 문경섭과 문장섭 박길화 박남규 등도 대종교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