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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며 선했다. 먹고강원도 고성 대진항 바닷물에 뒷바퀴를 담그고 부부 국토 대각선 종단을 시작한다. 앞바퀴를 목포 갯벌에 담가야 하는데 그건 어려웠다. 목포까지는 갔으나 바퀴를 담글 만한 해변을 찾지 못했다.
우리는 주말부부다. 남편은 은퇴 후 홍천 산속에서 이른바 '자연인 놀이'를 하고 있고, 나는 도시를 떠나지 못하는 여자인지라 춘천 시내에 산다. 남편은 일주일에 한 번씩 오가며 재배한 농산물과 반찬을 교환해서 가져간다.
우리 부부의 공통점은 자전거와 음악이다. 그러나 장르를 약간 달리한다. 남편은 지역의 팝 밴드 건반 연주자로 활동하고, 나 바다신2게임 는 합창단에서 고전음악을 즐긴다. 함께 살지 않는 부부의 삐걱거림을 수리하기 위해 가끔 나서는 자전거여행은 우리에게 MTmembership training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추석 연휴는 유난히 길어, 우리 부부는 친목 자전거여행을 하기로 했다. 연휴 시작 전 차례를 당겨 지냈다. 돌아가신 조상에 대한 예의는 했는데, 집에 혼자 계실 릴짱릴게임 94세 노모가 걱정이다. 그래서 한 달 전부터 아이들과 의논을 했다. 연휴 동안 2~3일씩 순번을 정해 집에 와서 할머니를 돌봐드리라고 했다. 매끄럽게 당번이 정해져서 공백 없이 협조가 되었다.
여행 루트를 정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의견이 갈린다. 나는 최근에 조성된 코리아 둘레길을 돌려고 GPX파일까지 받아 저장해 두었다. 남편은 강원도 메이저릴게임사이트 고성의 북동쪽 끝 대진항에서 시작해 대각선을 죽 그어 남서쪽 끝 전남 목포까지 달리자고 한다. 여행의 리더는 남편이므로 그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
버스를 두 번씩이나 갈아타고 대진항까지 가서 바닷물에 뒷바퀴를 담근 후 달리기 시작한다. 강원도 쪽 지형과 지리는 익숙하다. 원통으로 인제로 쭉쭉 달린다. 심지어 야영지도 미리 알고 있 백경게임 다. 인제의 라이딩센터는 자전거 동호인을 위한 레포츠공원이라서 당당히 텐트를 펼친다.
강원도 인제의 고사리재를 넘는다. 남편과 평소 자주 라이딩하던 곳이라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횡성까지는 아는 길이었지만 원주부터 릴게임바다이야기 곤란해지기 시작한다. 처음 만나는 6차선 대로를 자전거로 가기는 겁이 난다. 여기서부터 남편과 나의 '길찾기 게임'에 충돌이 생겼다. 나는 스마트폰 지도에서 자전거길을 검색하고 때로 걷는 길까지 참조해서 안전한 길, 혹은 지름길을 찾는다. 목적지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가는 도중에 마을이나 마트를 만나는 곳도 미리 알 수 있다. 나는 혼자 싱가포르, 홍콩, 일본 등을 자전거로 여행했던 경험이 있으니 문제가 없다.
그러나 남편은 20여 년 전부터 히말라야와 남미 안데스산맥 같은 고산 오지를 한국인 최초로 자전거 여행한 탐험가 수준의 라이더다. 대략적 진행 방향과 경유지를 정한 후 이정표와 감각에 의존하고 사람들에게 물어서 진행한다. 즉, 나는 잘 갖춰진 루트를 인터넷 검색을 이용해 착착 단축해 완성하는 아주 스마트하고 깔끔한 게임이고, 남편은 계속 나타나는 장애물을 치우고 불확실한 여건에서 추측과 관찰과 질문력을 이용해 전진해야 하는 원시게임이다.
강원도 동북쪽 전방답게 군 관련 구조물들이 많다.
여행 기간을 8일 정도 잡았는데 전일 야영하기로 했으므로 충전할 곳이 없다. 그래서 나는 태양광 충전 패널과 큼직한 보조배터리를 챙겼다. 그런데 시작부터 비가 오기 시작한다. 태양광 충전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게다가 휴대폰 거치대까지 빠트리고 안 가져왔다. 중요한 아이템 두 개에서 공백이 생긴다. 이러면 상대방의 원시게임이 유리해진다.
내 짐은 15kg 정도인데 남편 짐은 25kg쯤 나가겠다. 남편은 내년 미국 횡단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며 그에 따른 별 장비가 다 들어 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예비튜브와 펌프를 안 가져와서 두 번의 펑크에 내 장비를 내어 주었다.
진부령을 시작으로 여행 내내 고개의 연속이다.
아뿔싸! 엉덩이 관리는 자전거 여행의 생명
여름 무더위 동안 남편은 농사짓느라 자전거를 많이 못 탔지만 나는 동호회 회원들과 새벽 라이딩을 꾸준히 했고, 최근에 강원도 생활체육대회 춘천 대표로 출전하며 바짝 훈련도 했다. 자전거는 안장에 앉는 횟수로 말하는 정직한 운동이다. 남편의 페달링 컨디션이 영 시원치 않아 보이더니 빗속에 몇 개의 고개를 넘으며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엉덩이 치골 아랫부분 피부에 상처가 났다.
자전거여행에서 엉덩이 관리는 생명과 같은데, 도대체 어떤 패드바지를 입었는지 검사해 보니 단거리용 아주 얇은 패드이다. 비와 땀에 젖은 피부가 얇은 패드 솔기와 마찰했으니 견뎌낼 수 없었겠지. 준비성 철저한 내 가방에서 습윤밴드를 꺼내 넓게 붙여주고 진통소염제를 주었다. 그리고 넓은 패드 반바지까지 하나 덧입었다.
인제 라이딩센터의 주차장. 우리나라 최고 난이도 자전거 대회인 설악그란폰도의 출발지다.
지금까지 기억에 한가위 연휴의 날씨는 늘 이상적이었는데 올해는 무슨 이변으로 연일 비가 오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괜찮다. 우의 안쪽이 땀으로 젖긴 하지만 춥지도 덥지도 않다. MTB의 튼튼한 바퀴는 빗길에 미끄러질 염려도 없다. 이왕 다 젖은 발이니까 사리지 않아도 된다. 잔뜩 긴장해서 달리니까 지루할 틈도 없다.
텐트를 치고 마른 옷으로 갈아입은 후 따뜻한 침낭 속의 보송함은 얼마나 편안한지, 우리나라의 정자라는 피신처는 여행자에게 얼마나 훌륭한 곳인지 모른다. 마룻바닥의 수북한 먼지와 낙엽, 주변에 무성한 풀로 봐서 이용하는 주민이 거의 없는 것 같은데, 여행자가 하룻밤 숙면해 값어치를 톡톡히 한다. 그래도 우리는 꼭 근처 주민에게 양해를 구한다. 내 집 가까이에 낯선 사람이 있다는 것은 일상이 아니므로, 누구나 편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외국에서건 국내에서건 야영할 때 주변에 먼저 알리는 것이 습관으로 굳어졌다.
문을 천정 위로 들어올리는 양식의 정자. 마을사람들이 귀하게 보호하는 건축물인 것 같다.
편안한 장소가 구해지지 않을 때도 있다. 원주 시내 한복판에서 비가 거세지고 날이 저물어 어디서든 은신해야 할 때인데 마침 풍물시장이 열리고 있는 하천가의 쉼터를 발견했다. 밤 10시에 장이 파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무대에서는 각설이 분장을 한 남자 여자들이 타악기를 기가 막히게 연주하고 노래도 어찌나 잘 부르는지…. 달리 할 일도 없으니까 음악회에 온 듯 집중해서 관람했다.
우리나라 길은 한 해가 다르게 복잡해지나보다. 작은 길들을 넓히고 합쳐 더 곧고 빠른 길들이 많다. 넓은 길만 나타나면 나는 움츠러든다. 남편도 긴장한다. 스마트폰으로 목적지 딱 찍고 검색하면 좋으련만 굳이 이정표의 번호를 연구하고 주유소 가서 묻고 트럭 기사에게 묻느라 바쁘다. 리더고 뭐고 내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른다. 스마트폰에 선명하게 그려진 파란 선을 따라가면 일도 아닌데 말이다.
국도 옆으로 농로가 나란히 나 있으면 편안하게 그 길을 이용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여행이라도 리더와 팔로워로서 질서가 있어야 여행이 순탄하다는 것을 나는 대학 시절 산악부에서부터 익혔다. 심지어 '리더는 항상 옳다'는 신조를 지니고 있어서 간혹 리더가 실수해도 비난이나 불평하지 않는다는 것을 철칙으로 하고 있다. 리더의 사기를 꺾으면 여행이 행복하지 않다. 리더와 반목하면 그 여행이 깨질 수도 있다. 그래서 입 밖으로 불평을 꺼내지는 않고 뒤에서 슬쩍 스마트폰을 꺼내 나 혼자 확인한다.
그리고 또다른 나의 지론을 떠올린다.
'가장 나쁜 리더는 팀원을 위험에 빠트리는 리더이다.'
저 마음에 안 드는 길로 달리다 사고라도 당하면 어쩔 것인가. 그래도 인명재천의 믿음으로 뒤를 따라 달린다. 사실 자전거여행은 길로 나서는 순간부터 차와 함께 달리기 때문에 위험이 따른다. 스쳐 지나가는 몇 백 대 차량 운전자들이 나를 잘 피해 가 주기를 바라며 달리는 것이다.
소방서, 농협, 파출소가 있는 마을에는 반드시 하나로마트가 있다. 저녁 꺼리와 간식 장을 계획적으로 볼 수 있다.
새로 만든 큰 길이 오히려 덜 위험하기도 하다. 넓은 갓길이 있기 때문이다. 오래된 2차선 지방도로는 갓길이 없어서 차들이 우리를 배려하기 위해 중앙선을 넘어 비켜 주어야 한다. 빗속을 차와 함께 수영하듯 달리는데 경적 한 번 울리지 않는 우리나라 운전자들에게 참 고마운 마음이다. 이럴 때면 대만이나 일본의 이륜차 전용 갓길이 부럽다. 거의 모든 도로에 이륜차를 위한 구분을 두어서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었다.
696m 고개 피하느라 택한 840m 고개
우리나라가 70% 산으로 이루어진 국토라는 것이 절감된다. 강원도에서부터 중부내륙 지방을 지나며 평지를 달린 기억이 거의 없다. 진부령, 고사리재, 하뱃재, 먼드래재, 주주리재, 치악재, 저수령, 춘전재, 여원재, 갈은고개, 팔령고개, 고재, 비홍재… 이름 붙은 재 말고도 계속 고개와 언덕을 오르내려야 한다.
강둑으로만 달리는 자전거길보다 마을과 마을을 이어 달리는 국토종주길을 만들면 시골경제에 많은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여행 내내 들었다.
자전거에 진심인 사람들은 안다. 평지보다 오르막이 더 재미있다는 것을. 다리와 허리의 코어근육에 저항이 오고 숨이 가빠져야 자전거와 내 몸이 하나가 되어 뭔가 좀 한다는 기분을 느낀다. 그래서 고개를 만나도 놀라지 않는다. 페달을 회전시켜 오르다 보면 결국 정상은 나오고 그 이후에는 시원한 내리막이 기다리고 있어서 거리를 순식간에 줄여 준다. 그렇게 무심하게 저어가다 보면 멋진 길들이 선물로 안겨진다.
단양에서 죽령(696m)을 피하려고 예천으로 방향을 잡았는데 저수령(840m)을 만났다. 남편도 거기에 저수령이 있는 줄 모르고 간 거다. 여기 넘자고 일부러 오지는 않을 곳을 이렇게 여행 중에 만나면 미션 하나를 강제로 완성하는 기분이다.
며칠간 빗속을 달리다 맑은날을 만나면 힘이 절반밖에 안든다.
'설악그란폰도 대회' 코스에 있는 구룡령이 해발 1,000m이다. '그래, 그 고개도 넘었다'고 속으로 말한다. 크고 험한 것을 겪은 사람은 그보다 작은 것을 만날 때 놀라지 않는다. 충분히 넘어설 자신이 있다. 그래서 더 힘든 경험과 모험의 마일리지를 쌓으려고 하나보다.
앞서 달리는 남편의 등을 본다. 이 점에서 저 점까지 선을 죽 그어놓고 GPX 없이 자신의 판단과 노력으로 길을 찾겠다는 사람, 피부가 파이도록 상처가 나서 계속 움찔거리면서도 안장에서 안 내려온다. 고집스럽고 미련해 보이고 심지어 이 무슨 허세인가 싶지만, 여행의 시간이 지날수록 깊은 이해로 들어간다. 저 고집 속에 저 남자의 힘이 있구나.
영산강 자전거길의 막바지. 여행의 끝이 보인다.
목포에 닿기 전 마지막 야영지가 진한 기억으로 남았다. 완주의 만족감과 함께 여행 끝의 아쉬움이다.
남이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가지 않겠다는 소년의 치기, 불확실한 모든 길 앞에 서서 욕망과 도전으로 인류를 지속시켜온 본능적 DNA의 작은 파편을 보는 듯하다. 순응하고 타협하고 설득 당하면서 살아가는 세상에서 소박하게나마 내 고집 하나 지키면서 사는 것도 괜찮은 일이다. 알아주는 사람 한 명은 여기 있으니 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남편의 길을 보는 눈이 좋아진다. 새로 난 길 근처의 옛길을 잘도 찾아내고 길의 성격에 따라 우회할지 돌파할지도 결정한다. 야영지를 찾는 눈도 발달한다. 내가 배터리를 아끼느라 꺼 놓았던 휴대전화를 켜는 시간에 이미 길을 묻고 결정해서 방향을 잡는다. 상처도 조금씩 나아지는지 아니면 아픔에 적응했는지 안장 위 자세도 편안해 보인다. 이미 내 스타일의 게임은 포기했다. 나도 남편의 원시게임을 함께 즐긴다. 스마트폰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매일이 참 자유롭다.
주말부부가 열흘 내내 한솥밥을 먹었다. MT는 성공적인 것 같다.
장마진 듯 내리는 빗속을 달리다 실내에서 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점심식사를 위해 식당에 들어갈 때이다. 횡성 청일에서는 딱 마음에 드는 백반집을 발견했는데 하필이면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 바닥에 신문지를 두툼하게 깔고 젖은 발을 얹었다. 반찬들 옆에 송편과 전을 내어준다. 여행자에게도 이렇게 추석을 쇠게 해주는 주인의 마음이 고맙다.
김천의 식당에서는 점심을 먹고 북엇국 두 그릇만 팔아달라고 했다. 저녁과 아침은 마트에서 산 즉석밥과 즉석국으로 먹는데 아무래도 식당에서 파는 국이 더 낫기 때문이다. 아주머니가 그냥 가져가라고 한다. 빗물 뚝뚝 떨어지는 옷으로 바닥을 어수선하게 만든 것도 미안한데 북엇국 값을 안 받으니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폭우 속에서 저수령을 오른 덕분에 빗물 젖은 빵도 먹었다. 덕분에 허벅지 근육은 더욱 단단해진다.
상주에서는 우리 텐트 옆을 지나다가 뭐 필요한 거 없느냐고 묻던 그 동네 자전거 마니아도 있었다. 염치없이 "물과 김치"라고 말하니 집까지 되돌아가 갖다 주었다. 길에서 빵 먹는 우리를 반강제로 옆 정자로 데려가 컵라면 물 부어주시던 전 운봉읍장님도 즐거웠다. 여행에는 이렇게 사람을 만나는 재미가 있다.
사흘, 나흘, 시간이 갈수록 몸은 여행에 최적화된다. 짐 가방을 매단 자전거 무게가 원래 무게인 듯 부담이 없어지고 근육이 그만큼의 힘을 낸다. 몸이 지치지 않도록 저녁이면 준비해 간 소염제 크림으로 무릎 주위를 마사지하고 최대한 따뜻하게 숙면을 한다.
단양 초입의 도담3봉 관광지에서 우리 속도와 비슷한 마차와 교행한다.
8일 동안 머리도 안 감고 세수도 안 했는데 별일이 없다. 클렌징티슈로 선크림 범벅인 얼굴을 닦고 머리카락도 닦는다. 물티슈로 몸과 발가락 사이까지 꼼꼼히 닦아내면 한 텐트에 들어 있어도 서로 냄새를 모른다(냄새가 같아져서 익숙한 것일 수도 있다). 구강 관리는 철저히 한다. 몸이 힘들면 잇몸에 탈이 날 수도 있으므로 음식을 먹은 후에는 반드시 칫솔로 닦아내고, 잠자기 전에는 더 꼼꼼히 닦는다.
문제는 길에서 튄 오물에 젖은 신발과 양말의 고린내다. 나는 젖고 더러워진 양말을 이틀씩 신고 버렸는데 남편은 계속 신는다. 짐 속에 뭉쳐둔 젖은 옷의 냄새는 물론이고 곰팡이 필까 염려되고, 돌아올 때 버스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는 것이 제일 큰 문제다. 마침 맑게 갠 날 전북 순창군 초입에서 야영하는데 근처에 동전빨래방에 있어 옷과 신발을 모두 빨았다.
큰 고개 정상에 올라설 때 마다 동료애, 전우애가 불끈 솟았다. 우리 부부만 아는 자랑스러운 기념사진을 찍었다.
홍어회 파티로 737km 완주 자축하다
마지막 날은 순창에서 목포까지 120km이다. 중간에 큰 도시인 광주, 나주를 지나야 한다. 텐트에 누워 지도를 보던 남편이 야호 소리를 지른다. 영산강이 바로 근처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날씨예보도 맑음이니까 편안하고 안전한 영산강변을 달려 목포 20km 전에서 야영한 뒤 다음날 아침에 터미널로 가서 귀향하기로 했다.
국토를 대각선으로 그리며 뭐가 나타날지 모르던 여태까지와 달리 4대강 자전거길의 하나인 영산강둑 자전거길은 그야말로 꽃길이다. 그런데 몇 시간을 달리니 슬슬 지루해진다. 계속되는 갈대와 꽃과 강, 잘 포장된 노면과 예쁜 데크길이 심심하게 느껴진다. 더군다나 언덕이 없는 긴 평지길이다. 하루 종일 둑길의 화살표만 따라가니까 생각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멍 해진다.
스트라바 화면. 대각선 야영종단 지도.
그동안 길 찾고 긴장하고 고개를 오르고 달려 내려가던 역동감이 없어지니까 몸이 나른하게 피곤해져 온다. 자극이 없어지니 금단현상이 온 건가 싶어 웃음이 나온다. 그래도 내일이면 목포에서 버스를 타고 올라가야 하니 얌전히 몸 사리고 강변길을 달려가야 한다.
조성된 자전거길에 문제가 하나 더 있다. 마을과의 접점이 없어서 식당에 가야 하거나 가게, 숙소를 찾으려면 길을 벗어나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야 한다. 우리는 짐 안에 장비와 예비 식량이 있으니 해결되지만 단출한 차림으로 여행하는 사람들은 불편하겠다.
강과 벌판과 돼지농장만 있는 하구둑 근처 긴 자전거길, 악취와 날벌레가 숨을 못 쉬게 만드는 지점을 조금 지난 곳에서 어두워진다. 늦어도 오후 6시면 멈춰야 한다. 그래도 막막한 강둑에 작은 쉼터가 있다. 적재적소에 나타나 주는 야영장소에 감탄하고 감사하며 텐트를 쳤다. 낮에 나주 부근에서 사온 홍어애국을 데워 저녁을 준비하는데 남편이 짐 속에서 홍어회 한 팩을 꺼낸다.
내가 편의점에서 쇼핑하는 동안 사서 감추고 서프라이즈의 순간을 기다렸다고 한다. 주변의 그 어떤 냄새도 다 압도해 버리는 홍어회로 여행 마지막 날의 만찬을 즐겼다. 보름달도 보이고 북두칠성도 보이고 반딧불이도 보이는 밤, 잠이 들려는데 삐걱삐걱 자전거 소리와 말소리가 들린다.
이 밤에 누가 지나갈까? 내다보니 낮에 길에서 보고 인사했던 아빠와 어린 남매가 길을 잘못 들어 헤매다 이제야 목포 쪽으로 가는 거란다. 앞으로도 족히 두 시간은 어둠 속 강둑길을 가야 할 텐데…. 남아 있던 음료수 모두 따라 주고 온갖 격려와 칭찬으로 보냈다. 얘들아, 너희는 오늘 분명히 너희 안의 초능력을 발견하게 될 거야. 화이팅!
8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집에 온 날, 13시간을 잤다. 무릎이 욱신거려서 깨고, 모기에 물린 곳이 간지러워 깨고, 갑자기 열이 오르기도 하고 춥기도 하다. 잠으로 달래고 치료하고 몸을 도닥인다. 비는 멈추지 않고 계속 내린다. 이 차가운 빗속을 우리가 달렸구나. 그런데 힘들었던 기억은 벌써 스러지려고 한다.
여행정보
8박9일 여행(7일간 라이딩)
총 거리 737km
하루 평균 100km 라이딩
총 획득 고도 5,943m
10월 3일- 강원도 대진항까지 버스 이용. 6km 이동, 고성군 가진해수욕장 옆 야영
4일- 강원도 상남인제라이딩센터 주차장
5일- 강원도 원주 우산시민공원 하천 쉼터
6일- 충북 단양군 대강면 마을 정자
7일- 경북 상주 경북대 뒤 정자
8일- 경남 거창문화센터 주차장
9일- 전북 순창체육공원옆 공터
10일- 전남 나주 영산강 하구둑 쉼터(목포 20km 전)
11일- 전남 목포 도착, 버스로 귀향
월간산 11월호 기사입니다. 기자 admin@no1reelsite.co
우리는 주말부부다. 남편은 은퇴 후 홍천 산속에서 이른바 '자연인 놀이'를 하고 있고, 나는 도시를 떠나지 못하는 여자인지라 춘천 시내에 산다. 남편은 일주일에 한 번씩 오가며 재배한 농산물과 반찬을 교환해서 가져간다.
우리 부부의 공통점은 자전거와 음악이다. 그러나 장르를 약간 달리한다. 남편은 지역의 팝 밴드 건반 연주자로 활동하고, 나 바다신2게임 는 합창단에서 고전음악을 즐긴다. 함께 살지 않는 부부의 삐걱거림을 수리하기 위해 가끔 나서는 자전거여행은 우리에게 MTmembership training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추석 연휴는 유난히 길어, 우리 부부는 친목 자전거여행을 하기로 했다. 연휴 시작 전 차례를 당겨 지냈다. 돌아가신 조상에 대한 예의는 했는데, 집에 혼자 계실 릴짱릴게임 94세 노모가 걱정이다. 그래서 한 달 전부터 아이들과 의논을 했다. 연휴 동안 2~3일씩 순번을 정해 집에 와서 할머니를 돌봐드리라고 했다. 매끄럽게 당번이 정해져서 공백 없이 협조가 되었다.
여행 루트를 정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의견이 갈린다. 나는 최근에 조성된 코리아 둘레길을 돌려고 GPX파일까지 받아 저장해 두었다. 남편은 강원도 메이저릴게임사이트 고성의 북동쪽 끝 대진항에서 시작해 대각선을 죽 그어 남서쪽 끝 전남 목포까지 달리자고 한다. 여행의 리더는 남편이므로 그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
버스를 두 번씩이나 갈아타고 대진항까지 가서 바닷물에 뒷바퀴를 담근 후 달리기 시작한다. 강원도 쪽 지형과 지리는 익숙하다. 원통으로 인제로 쭉쭉 달린다. 심지어 야영지도 미리 알고 있 백경게임 다. 인제의 라이딩센터는 자전거 동호인을 위한 레포츠공원이라서 당당히 텐트를 펼친다.
강원도 인제의 고사리재를 넘는다. 남편과 평소 자주 라이딩하던 곳이라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횡성까지는 아는 길이었지만 원주부터 릴게임바다이야기 곤란해지기 시작한다. 처음 만나는 6차선 대로를 자전거로 가기는 겁이 난다. 여기서부터 남편과 나의 '길찾기 게임'에 충돌이 생겼다. 나는 스마트폰 지도에서 자전거길을 검색하고 때로 걷는 길까지 참조해서 안전한 길, 혹은 지름길을 찾는다. 목적지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가는 도중에 마을이나 마트를 만나는 곳도 미리 알 수 있다. 나는 혼자 싱가포르, 홍콩, 일본 등을 자전거로 여행했던 경험이 있으니 문제가 없다.
그러나 남편은 20여 년 전부터 히말라야와 남미 안데스산맥 같은 고산 오지를 한국인 최초로 자전거 여행한 탐험가 수준의 라이더다. 대략적 진행 방향과 경유지를 정한 후 이정표와 감각에 의존하고 사람들에게 물어서 진행한다. 즉, 나는 잘 갖춰진 루트를 인터넷 검색을 이용해 착착 단축해 완성하는 아주 스마트하고 깔끔한 게임이고, 남편은 계속 나타나는 장애물을 치우고 불확실한 여건에서 추측과 관찰과 질문력을 이용해 전진해야 하는 원시게임이다.
강원도 동북쪽 전방답게 군 관련 구조물들이 많다.
여행 기간을 8일 정도 잡았는데 전일 야영하기로 했으므로 충전할 곳이 없다. 그래서 나는 태양광 충전 패널과 큼직한 보조배터리를 챙겼다. 그런데 시작부터 비가 오기 시작한다. 태양광 충전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게다가 휴대폰 거치대까지 빠트리고 안 가져왔다. 중요한 아이템 두 개에서 공백이 생긴다. 이러면 상대방의 원시게임이 유리해진다.
내 짐은 15kg 정도인데 남편 짐은 25kg쯤 나가겠다. 남편은 내년 미국 횡단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며 그에 따른 별 장비가 다 들어 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예비튜브와 펌프를 안 가져와서 두 번의 펑크에 내 장비를 내어 주었다.
진부령을 시작으로 여행 내내 고개의 연속이다.
아뿔싸! 엉덩이 관리는 자전거 여행의 생명
여름 무더위 동안 남편은 농사짓느라 자전거를 많이 못 탔지만 나는 동호회 회원들과 새벽 라이딩을 꾸준히 했고, 최근에 강원도 생활체육대회 춘천 대표로 출전하며 바짝 훈련도 했다. 자전거는 안장에 앉는 횟수로 말하는 정직한 운동이다. 남편의 페달링 컨디션이 영 시원치 않아 보이더니 빗속에 몇 개의 고개를 넘으며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엉덩이 치골 아랫부분 피부에 상처가 났다.
자전거여행에서 엉덩이 관리는 생명과 같은데, 도대체 어떤 패드바지를 입었는지 검사해 보니 단거리용 아주 얇은 패드이다. 비와 땀에 젖은 피부가 얇은 패드 솔기와 마찰했으니 견뎌낼 수 없었겠지. 준비성 철저한 내 가방에서 습윤밴드를 꺼내 넓게 붙여주고 진통소염제를 주었다. 그리고 넓은 패드 반바지까지 하나 덧입었다.
인제 라이딩센터의 주차장. 우리나라 최고 난이도 자전거 대회인 설악그란폰도의 출발지다.
지금까지 기억에 한가위 연휴의 날씨는 늘 이상적이었는데 올해는 무슨 이변으로 연일 비가 오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괜찮다. 우의 안쪽이 땀으로 젖긴 하지만 춥지도 덥지도 않다. MTB의 튼튼한 바퀴는 빗길에 미끄러질 염려도 없다. 이왕 다 젖은 발이니까 사리지 않아도 된다. 잔뜩 긴장해서 달리니까 지루할 틈도 없다.
텐트를 치고 마른 옷으로 갈아입은 후 따뜻한 침낭 속의 보송함은 얼마나 편안한지, 우리나라의 정자라는 피신처는 여행자에게 얼마나 훌륭한 곳인지 모른다. 마룻바닥의 수북한 먼지와 낙엽, 주변에 무성한 풀로 봐서 이용하는 주민이 거의 없는 것 같은데, 여행자가 하룻밤 숙면해 값어치를 톡톡히 한다. 그래도 우리는 꼭 근처 주민에게 양해를 구한다. 내 집 가까이에 낯선 사람이 있다는 것은 일상이 아니므로, 누구나 편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외국에서건 국내에서건 야영할 때 주변에 먼저 알리는 것이 습관으로 굳어졌다.
문을 천정 위로 들어올리는 양식의 정자. 마을사람들이 귀하게 보호하는 건축물인 것 같다.
편안한 장소가 구해지지 않을 때도 있다. 원주 시내 한복판에서 비가 거세지고 날이 저물어 어디서든 은신해야 할 때인데 마침 풍물시장이 열리고 있는 하천가의 쉼터를 발견했다. 밤 10시에 장이 파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무대에서는 각설이 분장을 한 남자 여자들이 타악기를 기가 막히게 연주하고 노래도 어찌나 잘 부르는지…. 달리 할 일도 없으니까 음악회에 온 듯 집중해서 관람했다.
우리나라 길은 한 해가 다르게 복잡해지나보다. 작은 길들을 넓히고 합쳐 더 곧고 빠른 길들이 많다. 넓은 길만 나타나면 나는 움츠러든다. 남편도 긴장한다. 스마트폰으로 목적지 딱 찍고 검색하면 좋으련만 굳이 이정표의 번호를 연구하고 주유소 가서 묻고 트럭 기사에게 묻느라 바쁘다. 리더고 뭐고 내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른다. 스마트폰에 선명하게 그려진 파란 선을 따라가면 일도 아닌데 말이다.
국도 옆으로 농로가 나란히 나 있으면 편안하게 그 길을 이용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여행이라도 리더와 팔로워로서 질서가 있어야 여행이 순탄하다는 것을 나는 대학 시절 산악부에서부터 익혔다. 심지어 '리더는 항상 옳다'는 신조를 지니고 있어서 간혹 리더가 실수해도 비난이나 불평하지 않는다는 것을 철칙으로 하고 있다. 리더의 사기를 꺾으면 여행이 행복하지 않다. 리더와 반목하면 그 여행이 깨질 수도 있다. 그래서 입 밖으로 불평을 꺼내지는 않고 뒤에서 슬쩍 스마트폰을 꺼내 나 혼자 확인한다.
그리고 또다른 나의 지론을 떠올린다.
'가장 나쁜 리더는 팀원을 위험에 빠트리는 리더이다.'
저 마음에 안 드는 길로 달리다 사고라도 당하면 어쩔 것인가. 그래도 인명재천의 믿음으로 뒤를 따라 달린다. 사실 자전거여행은 길로 나서는 순간부터 차와 함께 달리기 때문에 위험이 따른다. 스쳐 지나가는 몇 백 대 차량 운전자들이 나를 잘 피해 가 주기를 바라며 달리는 것이다.
소방서, 농협, 파출소가 있는 마을에는 반드시 하나로마트가 있다. 저녁 꺼리와 간식 장을 계획적으로 볼 수 있다.
새로 만든 큰 길이 오히려 덜 위험하기도 하다. 넓은 갓길이 있기 때문이다. 오래된 2차선 지방도로는 갓길이 없어서 차들이 우리를 배려하기 위해 중앙선을 넘어 비켜 주어야 한다. 빗속을 차와 함께 수영하듯 달리는데 경적 한 번 울리지 않는 우리나라 운전자들에게 참 고마운 마음이다. 이럴 때면 대만이나 일본의 이륜차 전용 갓길이 부럽다. 거의 모든 도로에 이륜차를 위한 구분을 두어서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었다.
696m 고개 피하느라 택한 840m 고개
우리나라가 70% 산으로 이루어진 국토라는 것이 절감된다. 강원도에서부터 중부내륙 지방을 지나며 평지를 달린 기억이 거의 없다. 진부령, 고사리재, 하뱃재, 먼드래재, 주주리재, 치악재, 저수령, 춘전재, 여원재, 갈은고개, 팔령고개, 고재, 비홍재… 이름 붙은 재 말고도 계속 고개와 언덕을 오르내려야 한다.
강둑으로만 달리는 자전거길보다 마을과 마을을 이어 달리는 국토종주길을 만들면 시골경제에 많은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여행 내내 들었다.
자전거에 진심인 사람들은 안다. 평지보다 오르막이 더 재미있다는 것을. 다리와 허리의 코어근육에 저항이 오고 숨이 가빠져야 자전거와 내 몸이 하나가 되어 뭔가 좀 한다는 기분을 느낀다. 그래서 고개를 만나도 놀라지 않는다. 페달을 회전시켜 오르다 보면 결국 정상은 나오고 그 이후에는 시원한 내리막이 기다리고 있어서 거리를 순식간에 줄여 준다. 그렇게 무심하게 저어가다 보면 멋진 길들이 선물로 안겨진다.
단양에서 죽령(696m)을 피하려고 예천으로 방향을 잡았는데 저수령(840m)을 만났다. 남편도 거기에 저수령이 있는 줄 모르고 간 거다. 여기 넘자고 일부러 오지는 않을 곳을 이렇게 여행 중에 만나면 미션 하나를 강제로 완성하는 기분이다.
며칠간 빗속을 달리다 맑은날을 만나면 힘이 절반밖에 안든다.
'설악그란폰도 대회' 코스에 있는 구룡령이 해발 1,000m이다. '그래, 그 고개도 넘었다'고 속으로 말한다. 크고 험한 것을 겪은 사람은 그보다 작은 것을 만날 때 놀라지 않는다. 충분히 넘어설 자신이 있다. 그래서 더 힘든 경험과 모험의 마일리지를 쌓으려고 하나보다.
앞서 달리는 남편의 등을 본다. 이 점에서 저 점까지 선을 죽 그어놓고 GPX 없이 자신의 판단과 노력으로 길을 찾겠다는 사람, 피부가 파이도록 상처가 나서 계속 움찔거리면서도 안장에서 안 내려온다. 고집스럽고 미련해 보이고 심지어 이 무슨 허세인가 싶지만, 여행의 시간이 지날수록 깊은 이해로 들어간다. 저 고집 속에 저 남자의 힘이 있구나.
영산강 자전거길의 막바지. 여행의 끝이 보인다.
목포에 닿기 전 마지막 야영지가 진한 기억으로 남았다. 완주의 만족감과 함께 여행 끝의 아쉬움이다.
남이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가지 않겠다는 소년의 치기, 불확실한 모든 길 앞에 서서 욕망과 도전으로 인류를 지속시켜온 본능적 DNA의 작은 파편을 보는 듯하다. 순응하고 타협하고 설득 당하면서 살아가는 세상에서 소박하게나마 내 고집 하나 지키면서 사는 것도 괜찮은 일이다. 알아주는 사람 한 명은 여기 있으니 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남편의 길을 보는 눈이 좋아진다. 새로 난 길 근처의 옛길을 잘도 찾아내고 길의 성격에 따라 우회할지 돌파할지도 결정한다. 야영지를 찾는 눈도 발달한다. 내가 배터리를 아끼느라 꺼 놓았던 휴대전화를 켜는 시간에 이미 길을 묻고 결정해서 방향을 잡는다. 상처도 조금씩 나아지는지 아니면 아픔에 적응했는지 안장 위 자세도 편안해 보인다. 이미 내 스타일의 게임은 포기했다. 나도 남편의 원시게임을 함께 즐긴다. 스마트폰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매일이 참 자유롭다.
주말부부가 열흘 내내 한솥밥을 먹었다. MT는 성공적인 것 같다.
장마진 듯 내리는 빗속을 달리다 실내에서 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점심식사를 위해 식당에 들어갈 때이다. 횡성 청일에서는 딱 마음에 드는 백반집을 발견했는데 하필이면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 바닥에 신문지를 두툼하게 깔고 젖은 발을 얹었다. 반찬들 옆에 송편과 전을 내어준다. 여행자에게도 이렇게 추석을 쇠게 해주는 주인의 마음이 고맙다.
김천의 식당에서는 점심을 먹고 북엇국 두 그릇만 팔아달라고 했다. 저녁과 아침은 마트에서 산 즉석밥과 즉석국으로 먹는데 아무래도 식당에서 파는 국이 더 낫기 때문이다. 아주머니가 그냥 가져가라고 한다. 빗물 뚝뚝 떨어지는 옷으로 바닥을 어수선하게 만든 것도 미안한데 북엇국 값을 안 받으니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폭우 속에서 저수령을 오른 덕분에 빗물 젖은 빵도 먹었다. 덕분에 허벅지 근육은 더욱 단단해진다.
상주에서는 우리 텐트 옆을 지나다가 뭐 필요한 거 없느냐고 묻던 그 동네 자전거 마니아도 있었다. 염치없이 "물과 김치"라고 말하니 집까지 되돌아가 갖다 주었다. 길에서 빵 먹는 우리를 반강제로 옆 정자로 데려가 컵라면 물 부어주시던 전 운봉읍장님도 즐거웠다. 여행에는 이렇게 사람을 만나는 재미가 있다.
사흘, 나흘, 시간이 갈수록 몸은 여행에 최적화된다. 짐 가방을 매단 자전거 무게가 원래 무게인 듯 부담이 없어지고 근육이 그만큼의 힘을 낸다. 몸이 지치지 않도록 저녁이면 준비해 간 소염제 크림으로 무릎 주위를 마사지하고 최대한 따뜻하게 숙면을 한다.
단양 초입의 도담3봉 관광지에서 우리 속도와 비슷한 마차와 교행한다.
8일 동안 머리도 안 감고 세수도 안 했는데 별일이 없다. 클렌징티슈로 선크림 범벅인 얼굴을 닦고 머리카락도 닦는다. 물티슈로 몸과 발가락 사이까지 꼼꼼히 닦아내면 한 텐트에 들어 있어도 서로 냄새를 모른다(냄새가 같아져서 익숙한 것일 수도 있다). 구강 관리는 철저히 한다. 몸이 힘들면 잇몸에 탈이 날 수도 있으므로 음식을 먹은 후에는 반드시 칫솔로 닦아내고, 잠자기 전에는 더 꼼꼼히 닦는다.
문제는 길에서 튄 오물에 젖은 신발과 양말의 고린내다. 나는 젖고 더러워진 양말을 이틀씩 신고 버렸는데 남편은 계속 신는다. 짐 속에 뭉쳐둔 젖은 옷의 냄새는 물론이고 곰팡이 필까 염려되고, 돌아올 때 버스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는 것이 제일 큰 문제다. 마침 맑게 갠 날 전북 순창군 초입에서 야영하는데 근처에 동전빨래방에 있어 옷과 신발을 모두 빨았다.
큰 고개 정상에 올라설 때 마다 동료애, 전우애가 불끈 솟았다. 우리 부부만 아는 자랑스러운 기념사진을 찍었다.
홍어회 파티로 737km 완주 자축하다
마지막 날은 순창에서 목포까지 120km이다. 중간에 큰 도시인 광주, 나주를 지나야 한다. 텐트에 누워 지도를 보던 남편이 야호 소리를 지른다. 영산강이 바로 근처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날씨예보도 맑음이니까 편안하고 안전한 영산강변을 달려 목포 20km 전에서 야영한 뒤 다음날 아침에 터미널로 가서 귀향하기로 했다.
국토를 대각선으로 그리며 뭐가 나타날지 모르던 여태까지와 달리 4대강 자전거길의 하나인 영산강둑 자전거길은 그야말로 꽃길이다. 그런데 몇 시간을 달리니 슬슬 지루해진다. 계속되는 갈대와 꽃과 강, 잘 포장된 노면과 예쁜 데크길이 심심하게 느껴진다. 더군다나 언덕이 없는 긴 평지길이다. 하루 종일 둑길의 화살표만 따라가니까 생각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멍 해진다.
스트라바 화면. 대각선 야영종단 지도.
그동안 길 찾고 긴장하고 고개를 오르고 달려 내려가던 역동감이 없어지니까 몸이 나른하게 피곤해져 온다. 자극이 없어지니 금단현상이 온 건가 싶어 웃음이 나온다. 그래도 내일이면 목포에서 버스를 타고 올라가야 하니 얌전히 몸 사리고 강변길을 달려가야 한다.
조성된 자전거길에 문제가 하나 더 있다. 마을과의 접점이 없어서 식당에 가야 하거나 가게, 숙소를 찾으려면 길을 벗어나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야 한다. 우리는 짐 안에 장비와 예비 식량이 있으니 해결되지만 단출한 차림으로 여행하는 사람들은 불편하겠다.
강과 벌판과 돼지농장만 있는 하구둑 근처 긴 자전거길, 악취와 날벌레가 숨을 못 쉬게 만드는 지점을 조금 지난 곳에서 어두워진다. 늦어도 오후 6시면 멈춰야 한다. 그래도 막막한 강둑에 작은 쉼터가 있다. 적재적소에 나타나 주는 야영장소에 감탄하고 감사하며 텐트를 쳤다. 낮에 나주 부근에서 사온 홍어애국을 데워 저녁을 준비하는데 남편이 짐 속에서 홍어회 한 팩을 꺼낸다.
내가 편의점에서 쇼핑하는 동안 사서 감추고 서프라이즈의 순간을 기다렸다고 한다. 주변의 그 어떤 냄새도 다 압도해 버리는 홍어회로 여행 마지막 날의 만찬을 즐겼다. 보름달도 보이고 북두칠성도 보이고 반딧불이도 보이는 밤, 잠이 들려는데 삐걱삐걱 자전거 소리와 말소리가 들린다.
이 밤에 누가 지나갈까? 내다보니 낮에 길에서 보고 인사했던 아빠와 어린 남매가 길을 잘못 들어 헤매다 이제야 목포 쪽으로 가는 거란다. 앞으로도 족히 두 시간은 어둠 속 강둑길을 가야 할 텐데…. 남아 있던 음료수 모두 따라 주고 온갖 격려와 칭찬으로 보냈다. 얘들아, 너희는 오늘 분명히 너희 안의 초능력을 발견하게 될 거야. 화이팅!
8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집에 온 날, 13시간을 잤다. 무릎이 욱신거려서 깨고, 모기에 물린 곳이 간지러워 깨고, 갑자기 열이 오르기도 하고 춥기도 하다. 잠으로 달래고 치료하고 몸을 도닥인다. 비는 멈추지 않고 계속 내린다. 이 차가운 빗속을 우리가 달렸구나. 그런데 힘들었던 기억은 벌써 스러지려고 한다.
여행정보
8박9일 여행(7일간 라이딩)
총 거리 737km
하루 평균 100km 라이딩
총 획득 고도 5,943m
10월 3일- 강원도 대진항까지 버스 이용. 6km 이동, 고성군 가진해수욕장 옆 야영
4일- 강원도 상남인제라이딩센터 주차장
5일- 강원도 원주 우산시민공원 하천 쉼터
6일- 충북 단양군 대강면 마을 정자
7일- 경북 상주 경북대 뒤 정자
8일- 경남 거창문화센터 주차장
9일- 전북 순창체육공원옆 공터
10일- 전남 나주 영산강 하구둑 쉼터(목포 20km 전)
11일- 전남 목포 도착, 버스로 귀향
월간산 11월호 기사입니다. 기자 admin@no1reelsite.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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