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사진) 류석우 기자가 2025년 11월19일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떨어진 배송 물품을 다시 끌개에 싣고 있다. 끌개를 끌고 다니다보면 물건이 떨어지는 일이 허다하다. 이종근 선임기자


목구멍이 꽉 닫혔다. 삼각김밥은커녕 침도 삼켜지지 않았다. 식도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쿠팡 퀵플렉서 문지훈(46·가명)은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선명하다. 택배일을 시작한 지 8개월 됐던 2022년 초의 일이다. 퀵플렉서는 쿠팡 소속이 아니라, 쿠팡이 배송 업무를 위탁한 대리점과 계약한 배송기사다.
바다이야기프로그램다운로드 쿠팡 배송은 예상보다 훨씬 힘들었다. 특히 문지훈이 처음 담당했던 서울 광진구 ○○동은 아파트 없이 빌라 등으로만 이뤄진 곳인데다 시장도 있어 난도가 높았다. 가게가 밀집한 시장 배송은 트럭 없이 이동해야 할 동선이 너무 길다. 초보 기사 여럿은 버티지 못하고 떠났다. 문지훈도 아침 7시에 출근해 자정까지 일하는 날이 허다했다. 온갖 통증과 스트레 바다이야기부활 스를 참으며 버텨보려 했지만, 몸은 버티지 못했다. 아예 목구멍을 막아버리는 것으로 위험신호를 줬다.
휴가 마음대로 못 내는 기사 82%
일을 쉬려 했지만 대리점에선 일을 빼줄 수 없다고 했다. 문지훈이 있던 대리점에선 모두가 주 6~7일 일했다. 대리점은 일주일에 하루 정도만 쿠팡에 직접 채용된 택배기사인 ‘쿠친’(쿠팡 바다이야기온라인 친구)을 쓸 수 있다고 했다. 쿠친 도움을 많이 요청하면 수행률(배송구역을 뜻하는 ‘라우트’에 배정된 물량 대비 실제 배송한 비율)이 깎이기 때문이다. 수행률이 떨어지면 쿠팡은 해당 라우트 담당 대리점을 갈아치운다. 흔히 말하는 ‘클렌징’이다.
문지훈이 어렵게 병원에 갔을 때 의사는 뇌졸중 초기 증상 같다고 했다. 대리점에 그만두겠다고 했 바다이야기프로그램 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대리점이 퇴사 의사를 밝힌 뒤 한두 달 정도 더 일하도록 계약해뒀기 때문이다. 문지훈은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의 도움을 받고서야 겨우 ‘탈출’할 수 있었다.
2025년 11월17일 아침 7시, 서울 장지동 동남권 물류단지 쿠팡 송파○캠프 앞. 일주일 동안 심야배송을 체험한 기자의 주간배송 첫 출근날, 문지훈에 카카오야마토 게 전화를 걸었다. 문지훈은 월요일 출근길 정체에 걸려 평소보다 늦은 아침 7시20분께 도착했다. 문지훈은 강남구 ○○○라우트에서 주4∼5일만 배송하고 있다. 2022년 뇌졸중 증상을 겪은 뒤부터는 돈보다 건강이 먼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은 2∼3일은 또 다른 퀵플렉서 진선우(37·가명)가 배송한다.
○○○라우트는 다른 지역에 견줘 물량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쿠팡 주간 택배기사들의 하루 평균 배송 건수는 399개 정도인데, 기자는 이곳에서 하루 평균 406개를 배송했다. 일은 아침 7시에 시작해 저녁 6~7시쯤 끝났고, 물량이 많은 날엔 저녁 8시30분쯤 끝났다. 기자의 보조 없이 문지훈이나 진선우 홀로 배송할 때는 보통 저녁 8시, 물량이 많을 땐 밤 9~10시까지도 일한다고 했다.
배송 지역은 캠프에서 약 10㎞ 떨어져 있다. 아침 7시 캠프에 들어가, 전날 회수한 프레시백과 반품을 정리하고 배송 물품을 분류한 뒤 적재하기까지 2시간~2시간30분이 걸린다. 1회전 출차는 오전 9시30분 정도. 아직 출근길 정체가 해소되지 않은 시간이다. 배송지까지는 짧으면 40분, 길면 1시간 정도 걸린다. 주간배송은 심야배송에 견줘 도로 위에 있는 시간이 많다.



주간배송은 2회전으로 이뤄진다. 오전에 1회전을 마치면, 오후 2~3시 다시 캠프로 돌아와 2회전 물품을 실어 나간다. 보통 4시쯤 2회전 첫 배송을 시작하는데, 문제는 신선식품이다. ‘신선’은 무조건 저녁 8시 마감을 해야 한다. 그런데 물량이 많거나 2회전 출차가 늦어지면 기사들은 어쩔 수 없이 신선식품만 먼저 배송한 뒤 다시 돌아와 남은 물품을 배송해야 한다. 이른바 ‘자체 3회전’이다.
주간배송 이틀차, 저녁 7시40분께 진선우가 쿠팡 앱을 보다가 “엇” 하고 낮은 신음을 냈다. “하…, 여기 신선을 아직 안 했네요.” 그가 내민 앱 화면엔 이날 동선상 마지막 배송지 물품이 신선으로 찍혀 있었다. 원래 같으면 ‘자체 3회전’을 해야 하지만, 이날은 기자가 신선을 배송하고 진선우는 다른 물품 배송을 나눠 맡으면서 ‘자체 3회전’을 피할 수 있었다. 이런 식의 ‘신선 마감’은 택배기사들을 한계로 몰아붙인다. 문지훈도 광진구에서 배달할 때 가장 힘들었던 것이 신선식품 8시 마감이었다. 그는 늘 신선식품을 먼저 마감하고 ‘자체 3회전’을 하며 밤 11~12시까지 일했다.
이런 구조 속에서 쿠팡 퀵플렉서들은 아플 수밖에 없지만, 쉴 수조차 없다. 쿠팡은 “전체 위탁배송업체 택배기사 중 30%는 휴무 중으로, 매일 6천 명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쿠팡 퀵플레서 67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2025년 10월 발표)를 보면 휴가를 마음대로 내지 못하는 택배기사가 82%인 것으로 나타났다.



류석우 기자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배송할 물품 주소를 확인하고 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을 때 재빠르게 물품을 두고 사진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늘 안에서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착취하는 대리점, 그 뒤의 쿠팡
“쿠팡보다는 대리점이 문제인 거 같아요.”
심야배송을 할 때 만난 한 택배기사가 이렇게 말하자, 다른 기사들이 맞장구쳤다. 잠시 담배를 피우며 시작된 얘기는 아플 때 쉬지 못하게 한 대리점부터 돈 떼먹고 도망간 대리점까지 줄줄 이어졌다. 현장의 택배기사들에게선 보이지 않는 원청 쿠팡보다 당장 눈에 띄는 대리점에 대한 원망이 더 커 보였다. 그러나 쉬지 못하는 구조의 근원에는 쿠팡이 있다.
택배회사들이 대리점과 배송업무 위탁계약을 하는 것은 택배업계의 오랜 관행이지만, 쿠팡은 다른 택배회사와 달리 대리점 간 무한경쟁 구조를 만들어 택배기사 착취의 책임을 대리점에 떠넘긴다. 쿠팡과 계약한 대리점은 전국에 530여 개 있다. 대리점당 적게는 5명 이하에서 많게는 수백 명의 퀵플렉서가 소속돼 있다. 2021년 생활물류서비스법 제정으로 택배기사는 사업자와의 계약을 최소 6년 보장받는 ‘계약갱신청구권’이 생겼지만, 쿠팡은 그간 클렌징 제도를 통해 10가지 항목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일정 점수에 미달하면 대리점과의 계약을 해지하는 방식으로 배송 효율을 높여왔다. 택배기사의 계약갱신청구권이 보장받자 기사가 아니라 대리점을 쥐어짜는 방식으로 법을 피해간 것이다. 쿠팡은 클렌징 제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2024년부터 이 제도를 없애겠다고 한 뒤, 이번에는 에스엘에이(SLA·대리점 평가)라는 제도를 통해 대리점을 압박하고 있다. “(클렌징 제도가 있을 때 평가하던) 프레시백 회수율이나 피디디(PDD·Promised Delivery Date, 배송 마감 시간) 같은 걸 이젠 SLA 평가 점수로 넣어버려서 평가해요. 이걸로 대리점 계약을 압박하니 대리점은 기사를 압박할 수밖에 없죠. 그래놓고 사고가 터지면 쿠팡에선 우린 강요한 적 없다고 해요.” 심야배송 퀵플렉서 김호준(43·가명)이 말했다.



2025년 11월13일 서울 송파구 심야배송을 할 당시 류석우 기자가 다음 배송지와 물품 등을 휴대전화로 확인하고 있다. 택배기사들은 이동 중에도, 물건을 들고 있을 때도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한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앞서 말했듯, 대리점이 쿠친의 도움을 요청하면 수행률이 깎인다. 그래서 쿠팡 퀵플렉서들은 ‘용차’를 쓴다. 용차는 급한 사정으로 배송하지 못할 때 대신 배송해주는 택배기사를 말한다. 문제는 용차 비용이 단가의 두 배 정도라는 점이다. 악덕 대리점은 이 비용을 택배기사에게 전가한다. 쿠팡 퀵플렉서들이 쓰러지기 전까지 기를 쓰고 쉬지 않는 이유다.
이승윤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쿠팡이 대리점에 책임을 떠넘기고 나몰라라 하는 것을 두고 ‘위험의 개인화’라고 표현했다. “원래 지휘통제를 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위험에 대한 책임도 같이 지는 것이 사용자의 책임인데, 지휘통제는 교묘하게 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선 자기가 알아서 해결하도록 개인화하는 거죠.”

<쿠팡 지옥도②-신선 마감 문자에 미친 듯 뛰었다…“혈압이 확확”> 기사로 이어집니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