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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했을까. 뿌리나무로 근육통으로 게로 판단하지 망설이고 왠지【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홍윤희 기자]
백정연 대표를 처음 알게 된 건 2017년 그의 남편인 이승일님을 통해서였다. 당시 나는 이커머스 기업에서 장애/비장애인이 함께 입는 유니버설디자인의류를 기획하고 있었는데 고객인터뷰차 휠체어 이용자인 이승일님과 만나 인터뷰를 했다. 승일님이 "제 아내가 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정보 만드는 회사를 곧 차립니다"라고 소개했다. 릴게임방법 어느덧 8년차가 된, 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정보를 만드는 사회적 기업 소소한소통의 백정연 대표를 만났다.
바다이야기온라인▲ 소소한소통 백정연 대표
ⓒ 백정연
"장애인의 일상적 차별 사업적으로 해결하는 기업"
-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 바다이야기#릴게임 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정보를 만드는 소소한소통을 운영하는 백정연이다. 2017년에 회사를 시작해서 벌써 8년째 이 일을 하고 있다. 21명의 직원들과 함께 쉬운 정보를 만든다. 처음엔 즐거워서 시작했는데, 이제는 함께 하는 직원들이 어떻게 하면 즐겁게 일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대표가 되었다."
- 사회복지를 전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사 릴게임손오공 회복지사로서 창업을 한다는 게 조금은 남다르게 여겨지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일하다가 잠시 쉬기 위해 그만두었을 때 15년차 사회복지사였다. 원래 재취업을 하려 했는데 그러다 우연히 한국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을 알게 되면서 '쉬운 정보를 만드는 회사'를 만들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창업계기는 이전 직장을 다닐 때인 201 알라딘게임 5년 11월 발달장애인법에 쉬운 정보가 권리로서 들어가게 됐는데 실제로는 그런 정보를 만들겠다고 나서는 이들이 없어서였다. 내가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장애를 가진 가족이 있는 사람들이 장애 관련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남편은 어떻게 만났나?
"같은 건물에서 근무했다. 남편은 척수장애인협회 회계 담당이었고 나는 장애인개발원에서 협회 연구비 지원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그때 남편은 나한테 호감이 있는 느낌이었다. 전자계산서로 충분히 대체 가능한데 굳이 종이 세금계산서를 가져오고 그랬던 거지. 30대 중반 그 당시 나는 연애도 쉬는 중이었고 결혼 생각도 없었는데 당시 남편이 식사를 하자고 하더라. 치킨에 맥주 한 잔을 기울이게 됐는데 무려 4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말이 잘 통했던 거다. 눈에 스파크가 튀었다. 그렇게 결혼에 골인했다.
나는 나름 장애감수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사회복지사였다. 전문가로서는 괜찮은 마음가짐을 가졌다는 자부심도 있었다. 그런데 결혼 후 남편과 함께 일상을 직접 겪어보니 내가 몰랐던 불편한 상황이 많아도 너무 많다는 걸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
결혼 초기엔 남편과 외출할 때 영화관 같은 곳에서 제대로 편의를 제공받지 못해 남편이 언성이 높아지면 '그냥 넘어가지. 왜 저러지…'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나와 똑같이 세금 내고, 똑같이 사회생활하는 저 남자는 왜 내가 1시간밖에 안 걸리는 거리를 3-4시간 걸려 움직여야 하는지, 왜 나는 남편이 늦게 들어온다고 하면 '일반택시도 탈수 없을 텐데 어떻게 귀가하나'라는 식으로 성인 남자를 걱정하고 있어야 하는지 화가 나기 시작했다.
지금도 비슷하다. 남편은 신혼 초에 비해 '스스로 장애에 익숙해졌다'고 하지만 함께 외출하면 나는 여전히 화나는 게 많다. 비장애인인 나의 일상과 장애인인 나의 일상이 너무 비교돼서다. 어떻게 보면 소소한 소통을 만든 이유도 장애인의 일상적 차별을 사업적으로 해결하려는 좋은 기업을 만들고 싶어서였다."
- 그 '화나는 일'중에서도 으뜸은 무엇이었나?
"'신도림역 사건'이다. 2017년 일이다. 남편과 신도림역에서 지인 식사 후 역사로 내려 갈 엘리베이터를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 신도림역 사무실에 전화했다. 공익근무요원이 귀찮다는 듯 한참 뒤 나타났다. 테크노마트 안으로 들어가 복잡한 길을 통과해 겨우 엘리베이터를 타고 신도림역에 도착했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역무실에 가서 '길이 복잡하니 안내문을 친절히 붙여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이건 우리 일이 아니다"라는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테크노마트나 구청이 해야 하는 일 아니냐며 책임을 미루는 거였다. 안내문 하나 붙이는 일에 관할과 책임을 논하다니. 남편도 나도 화가 나서, 약속 못하면 집에 안 가겠다고 버텼다. 소위 진상고객이 된 것이다.
겨우 경찰이 와서 중재하자 직원이 마지못해 약속했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였다. 경찰차를 타 보려 했지만 휠체어를 태울 공간이 안 나오니 경찰도 별수 없이 그냥 가버렸다. 결국 걷다 걷다 지쳐 장애인콜택시를 불렀는데 어찌나 서럽던지. 그때 대성통곡 했던 기억이 난다. 남편이 무의 '모두의 지하철'( 휠체어 눈높이에서 지하철 엘리베이터 위치를 알려주는 교통약자 환승안내 디자인 연구와 제작)프로젝트에 열심히 참여한 것도 이런 일상의 기억 때문이다."
- 가족이 있다 해도 사업을 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초기에 사업을 꾸리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중간지원조직 인큐베이팅 공간에서 시작했다. 2018년에 첫 직원이 입사했고, 그 해 직원이 4명으로 늘었다. 직원이 6명이 될 때까지 3년 가량 그 곳에 있었다. 리더가 될 준비도 없이 의욕만 갖고 사업을 시작했는데 다행히 좋은 사람들이 회사에 들어와서 큰 준비 없이도 대표 역할을 감당하게 됐다. 창업1년 6개월 후, 마음이 맞았던 전 직장 동료에게 같이 일하자고 손을 내밀었고 우리 회사 본부장이 됐다. 그 외에도 좋은 분들이 많이 들어왔다. 인복이 있는 것 같다. 사회연대경제 지원사업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선배 멘토들도 있었고, 홍보물을 만들든 운영비 지원이든 큰 힘이 됐다.
장애 정책을 잘 알고 있다 보니 초기 작업물 중에는 법과 정책을 당사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물들을 많이 만들었다.직원을 채용하기 전에는 내가 텍스트 초고를 쓰고 디자인은 외주를 주고, 발달장애 당사자들에게 감수를 맡기는 방식으로 쉬운 정보를 만들었다."
비발달장애인도 좋아한 '장례식장 예절 영상'
- 쉬운 정보 작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우아한형제들 배달의민족 쉬운 사용 가이드다. 1년에 한 번씩 발달장애인들에게 어떤 정보를 알고 싶은지 당사자 설문조사를 했었는데, 코로나 시기 배달앱 사용법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그래서 발달장애인들의 조언을 듣고 쉬운 배달앱 사용법을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만들다 보니 배민이 해야 할 일인데 왜 우리가 하고 있지?'하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우아한형제들 문을 꾸준히 두들겼다. 자신들의 서비스니 함께 만드는 게 맞겠다 싶었고, 우리가 자체적으로 만들다가 UI(사용자 인터페이스)라도 갑자기 바뀌면 어쩌지라는 걱정도 들었다."
▲ 소소한소통이 만든 배달의민족 사용법 발달장애인들이 쉽게 배달앱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든 가이드. 소소한소통이 제작했다.
ⓒ 소소한소통
- 당시 저도 배민에 있는 지인들에게 소소를 소개했고 심지어는 어떤 모임에서 만난 배민 임원분에게 소소를 소개드린 기억이 난다.
"그렇게 몇 달만에 배민과 연락이 닿았다. 처음엔 우아한형제들에서도 의구심이 있었다. "이걸 보면 발달장애인이 정말 혼자 주문할 수 있냐"고 물으시더라.실제 발달장애인을 만나보면 공감대가 높아질 것 같아, 감수회의에 참석하여 발달장애인이 배달앱 사용설명서에 대해 감수 의견을 내는 것을 직접 보게 했다. 그걸 보고 나서 담당 부서는 '되겠구나'하는 확신을 가졌고, 오히려 광범위한 UX(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인사이트를 얻으셨다고 하더라. 결국 예산도 받게 되어 4년간 꾸준히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 쉬운 정보를 만드는 소소한소통에서 제작한 장례식 에티켓 영상 중 일부. 흔히 놓치기 쉬운 장례식 예절을 발달장애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영상. 비발달장애인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댓글이 많다.
ⓒ 소소한소통
▲ 쉬운 정보를 만드는 소소한소통에서 제작한 장례식 에티켓 영상 중 일부. 흔히 놓치기 쉬운 장례식 예절을 발달장애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영상. 비발달장애인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 소소한소통
자체 프로젝트로 제작한 '장례식장 예절 영상'도 기억에 남는다. 발달장애인도 경조사에 참여하면 좋겠는데 배울 기회가 좀처럼 없지 않나. 책자와 영상을 만들었는데, 우리 유튜브 영상 중에서도 조회수가 상위권이다. 따지고 보면 나도 20대 때 장례식장 예절을 파악하기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 발달장애인뿐 아니라 20대 초반 젊은 사람들이 감사하다는 댓글을 많이 남겨줬다. 쉬운 정보라는 게 발달장애인에게 제일 유용하지만, 경험 안 해본 모든 비발달장애인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걸 느꼈다."
- 책도 여러 권 쓰셨는데.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이라는 책이 첫 책이었다. 한 출판사 편집자님과 스터디 모임에서 만났는데, 내가 SNS에 그동안 쓴 화나는 이야기들, 신도림역 에피소드 같은 걸 책으로 써보면 좋겠다고 제안하셨다. '회사가 많이 알려질 수 있다'는 이야기에 혹해서 쓰게 됐다. 집필 초에는 고생을 많이 했다. 에세이를 어떻게 쓰는지 잘 몰라서였다. 그런데 책을 낸 후 중고등학생들이 회사 방문을 많이 하고, 미래 꿈으로 우리 회사같은 곳을 만들겠다고 이야기하는 걸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 이 책은 7쇄를 찍었다. 이후 출판사들이 장애 관련 책을 쓸 때 많이 연락을 주시더라.
책을 쓰는 게 쉽지 않고 신중해야 하지만 독자들의 리뷰를 직접 받아보면서 책이 주는 힘을 느꼈다. 최근에는 <장애를 왜 이해해야 할까요>라는 아동용 책도 냈다. 소소한소통이 하는 일과 운영에 대해 책을 한 번 더 쓰기로 했는데 잘 안 풀려서 고민 중이다."
연 1회 단체 소개팅... 지금도 대기자 있어
▲ 소소한소통이 연 발달장애인 소개팅 행사 소소한소통이 연 발달장애인 소개팅 행사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i0mzIt6c6oM) 중. 소소한소통이 만든 발달장애인 컨텐츠인 <쉽지> 연애편의 일환으로 이뤄진 행사로 소소는 이 행사를 3년째 개최하고 있다.
ⓒ 소소한소통
- 소소한소통의 여러 프로젝트 중 '소개팅' 프로젝트가 있더라. 이건 왜 기획하게 된 건가?
"사실 발달장애인들은 정보 취약계층이다 보니 가족이나 종사자들에게는 가장 기본적인 '안전과 권리' 정보가 정보 제작시 1순위다. 모르고 지나치면 손해니까 말이다. 그런데 정작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은 놀고 즐기는 정보가 1순위다. 특히 연애 관련 콘텐츠가 필요했다. 소소한소통에 발달장애인들이 질문을 많이 보내기도 하는데 "남친 생겼는데 피임이 어려워요" 같은 질문이 있더라. 성인 발달장애인들도 연애에 관심이 많은데, 대화나 관계 맺는 게 서툴다 보니 섬세한 대화가 어렵다.
그래서 연애와 관련된 책을 만들었는데 감수하던 발달장애인들이 "연애할 기회가 없잖아요"라고 하더라. 기회를 만들어줘야 겠다 싶어서 3년 전에 첫 단체 소개팅을 기획했고 매년 1번씩 진행하고 있다.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지금도 대기 중인 분들이 계신다. 사실 실제 커플로 맺어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소개팅 참여를 계기로 계속 연락하는 관계 만들기다. 그래서 두 번째 만남 후에는 잘 만났는지 물어보기도 한다. 헤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친구로 지낸다는 소식도 듣는다. 해외에서도 연락이 온다. 미국에 사는 발달장애인 부모님들이 한국에 오셨을 때 소소를 방문해 문의하기도 했고, 호주에 사는 발달장애인 부모님의 부탁으로 한국 발달장애인 친구를 연결해드리기도 했다. 이렇게 소문이 나다 보니 12월에는 모 방송국에서 소소가 주선한 발달장애인 소개팅을 촬영해 가기도 했다."
- 회사 운영은 어떤가?
"'망하지는 않았습니다'정도로 말하고 싶다. (웃음) 남는 건 없지만, 우리 힘으로 회사를 유지한다는 것이 대견하다. 힘들 때가 있긴 하다. 일은 많지만 상황에 따라 맞춰야 하다 보니 수지타산이 잘 맞지 않는 반면 파트너가 주려는 비용은 시장가의 3분의 1 수준일 때도 있다. 대부분이 인건비인데 시장가를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소소에서 <서툴지만 혼자 살아보겠습니다> 같은 발달장애인 살림 책을 만들었는데, 이런 책이 잘 팔렸으면 좋겠다. 비영리 섹터에 비매품이 너무 많다 보니 책을 돈 주고 사는 시장이 열리지 않는 게 아쉽다."
- 마라톤을 꾸준히 하신다. 마라톤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
"회사를 차린 후 운동도 안하고 혼술이 늘었었다. 낮이고 밤이고 일 생각을 하고, 자다가 중간에 깨면 일 생각이 훅 들어오던 시절이었다. 그러다가 선정된 뷰티풀펠로우(아름다운가게에서 운영하는 사회혁신가 지원 프로그램) 네트워킹 모임에 나가게 됐다. 김현진 하티웍스(장애인 교육 전문기업) 대표님이 '대표 자신에게 투자하는 게 회사를 위한 최고의 투자'란 말을 하시는데 머리를 맞은 듯했다. 일단 마라톤 대회를 신청했다. 6개월 후에는 뛸 수 있겠지 했는데, 정신 차려보니 3주 남았더라. 헬스장 등록하고 트레드밀 달리기를 시작했다. 간신히 트레드밀로 5km를 뛴 후 첫 마라톤대회에 나갔는데, 대회 도착지점에 아치가 보이는데 다른 러너들은 슬로모션으로 뛰는데 나만 전속력으로 뛰는 느낌이었다. 살면서 겪지 못한 도파민을 느꼈다.
이후 틈날 때마다 마라톤 대회를 신청했다. 사업을 하다 보면 24시간 회사 생각을 하는데 뛰는 동안만큼은 유일하게 회사 생각이 안 나더라. 이렇게 달리니 진짜 생각이 필요할 때 집중력이 좋아졌다. 성취감도 올라갔다. 사업은 내 맘 같지 않은데, 달리기는 내가 하는 만큼 결과가 나오니까 말이다. 체중이 빠지는 것은 물론이고 잘 자게 되고 체력이 좋아지니까 스트레스를 잘 버티게 됐다."
▲ 마라톤에 참여한 백정연-이승일 부부 백정연-이승일 부부가 2025년 4월 배리어프리지향 마라톤 키움런에 참여했을 때의 모습. 소소한소통을 운영하는 백정연 대표는 마라톤 매니아로 이날 행사에 휠체어를 이용하는 남편 이승일 씨와 함께 10km 러닝에 도전했다.
ⓒ 백정연
- 혹시나 해서 2025년 4월 무의가 연 '키움런'에 두 분을 초대했는데 선뜻 나와주시겠다 해서 감사했다.
"남편과는 작년에 부천 마라톤 5km를 같이 나갔다. 사실 둘이서 대회 나가는 게 쉽지 않다. 달리는 환경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소위 메이저 대회라고 하는 큰 마라톤일 수록 걱정된다. 신청 페이지의 장애 접근성도 좋지 않은 경우가 많고, 경쟁적으로 달리는 다른 러너들에게 치일 우려도 있다. 그래서 마라톤대회에 남편과 함께 나가면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다가 나중에 천천히 출발하곤 했다. 그래서 부천 마라톤을 할 때도 두 커플이 함께 갔다.
그러다가 4월에 배리어프리 지향 마라톤인 키움런에 참여했는데 이 때 남편과 함께 10km를 완주했다. 사실 완주할 거라고 생각을 못 했다. 남편이 수동휠체어로 참여를 하니 내가 밀어줄 수밖에 없었고, 소위 팔치기(달리기할 때 팔을 흔드는 것)를 할 수 없어서 너무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 때 남편이 완주 욕심을 강하게 내서 결국 10km 를 완주했다. 당시 기록이 1시간 6분이었는데, 이렇게 기록이 남으니 목표도 생긴 거다.
키움런이 좋았던 건 '같이러너'라는 제도가 있어서 기본적으로 모두가 함께 달릴 수 있도록 서로를 배려한다는 거였다. 휠체어로 달리며 주변에서 격렬하게 응원하는 걸 들으며 희열을 느꼈다. 작은 일상을 같이 한다는 게 당연한 것 같지만, 장애가 있는 가족이 있으면 그렇게 함께 같은 공간에서 같은 경험을 하기가 쉽지 않다. 어떤 일상이든 어떤 장애를 갖고 있든 가족 친구와 함께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내년 계획이 있다면?
"올해 이큐포올(아바타 수어 번역 플랫폼을 운영하는 소셜벤처)과 함께 AI 기반 쉬운 정보 변환 서비스를 만들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복잡하거나 어려운 문장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표현으로 바꿔주는 정보 접근성 혁신 서비스다. 소소한소통 매출을 깎아먹을 수도 있지만, 흐름상 안 할 수 없었다. AI를 활용해 쉬운 정보를 만들 수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 이런 변환이 절대로 쉽지 않고 정보가 난해한 게 많다. 사용자들이 프롬프트를 잘 써야만 제대로 작동한다. 번역기처럼 변환 버튼만 누르면 바로 바뀌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적용했다. 발달장애인뿐 아니라 고령자, 외국인 등 복잡한 행정 안내문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모든 정보 약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란다."
백정연 대표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쉬운 정보' 사업에 대한 집요함이 느껴진다. AI시대에 정보 소외되기 쉬운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AI를 만든다는 건 사업 본질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는 불가능하다. 모든 이들을 위한 소소한 소통이 더 많아지고 더 다정해지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며.
덧붙이는
[홍윤희 기자]
백정연 대표를 처음 알게 된 건 2017년 그의 남편인 이승일님을 통해서였다. 당시 나는 이커머스 기업에서 장애/비장애인이 함께 입는 유니버설디자인의류를 기획하고 있었는데 고객인터뷰차 휠체어 이용자인 이승일님과 만나 인터뷰를 했다. 승일님이 "제 아내가 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정보 만드는 회사를 곧 차립니다"라고 소개했다. 릴게임방법 어느덧 8년차가 된, 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정보를 만드는 사회적 기업 소소한소통의 백정연 대표를 만났다.
바다이야기온라인▲ 소소한소통 백정연 대표
ⓒ 백정연
"장애인의 일상적 차별 사업적으로 해결하는 기업"
-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 바다이야기#릴게임 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정보를 만드는 소소한소통을 운영하는 백정연이다. 2017년에 회사를 시작해서 벌써 8년째 이 일을 하고 있다. 21명의 직원들과 함께 쉬운 정보를 만든다. 처음엔 즐거워서 시작했는데, 이제는 함께 하는 직원들이 어떻게 하면 즐겁게 일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대표가 되었다."
- 사회복지를 전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사 릴게임손오공 회복지사로서 창업을 한다는 게 조금은 남다르게 여겨지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일하다가 잠시 쉬기 위해 그만두었을 때 15년차 사회복지사였다. 원래 재취업을 하려 했는데 그러다 우연히 한국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을 알게 되면서 '쉬운 정보를 만드는 회사'를 만들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창업계기는 이전 직장을 다닐 때인 201 알라딘게임 5년 11월 발달장애인법에 쉬운 정보가 권리로서 들어가게 됐는데 실제로는 그런 정보를 만들겠다고 나서는 이들이 없어서였다. 내가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장애를 가진 가족이 있는 사람들이 장애 관련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남편은 어떻게 만났나?
"같은 건물에서 근무했다. 남편은 척수장애인협회 회계 담당이었고 나는 장애인개발원에서 협회 연구비 지원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그때 남편은 나한테 호감이 있는 느낌이었다. 전자계산서로 충분히 대체 가능한데 굳이 종이 세금계산서를 가져오고 그랬던 거지. 30대 중반 그 당시 나는 연애도 쉬는 중이었고 결혼 생각도 없었는데 당시 남편이 식사를 하자고 하더라. 치킨에 맥주 한 잔을 기울이게 됐는데 무려 4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말이 잘 통했던 거다. 눈에 스파크가 튀었다. 그렇게 결혼에 골인했다.
나는 나름 장애감수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사회복지사였다. 전문가로서는 괜찮은 마음가짐을 가졌다는 자부심도 있었다. 그런데 결혼 후 남편과 함께 일상을 직접 겪어보니 내가 몰랐던 불편한 상황이 많아도 너무 많다는 걸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
결혼 초기엔 남편과 외출할 때 영화관 같은 곳에서 제대로 편의를 제공받지 못해 남편이 언성이 높아지면 '그냥 넘어가지. 왜 저러지…'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나와 똑같이 세금 내고, 똑같이 사회생활하는 저 남자는 왜 내가 1시간밖에 안 걸리는 거리를 3-4시간 걸려 움직여야 하는지, 왜 나는 남편이 늦게 들어온다고 하면 '일반택시도 탈수 없을 텐데 어떻게 귀가하나'라는 식으로 성인 남자를 걱정하고 있어야 하는지 화가 나기 시작했다.
지금도 비슷하다. 남편은 신혼 초에 비해 '스스로 장애에 익숙해졌다'고 하지만 함께 외출하면 나는 여전히 화나는 게 많다. 비장애인인 나의 일상과 장애인인 나의 일상이 너무 비교돼서다. 어떻게 보면 소소한 소통을 만든 이유도 장애인의 일상적 차별을 사업적으로 해결하려는 좋은 기업을 만들고 싶어서였다."
- 그 '화나는 일'중에서도 으뜸은 무엇이었나?
"'신도림역 사건'이다. 2017년 일이다. 남편과 신도림역에서 지인 식사 후 역사로 내려 갈 엘리베이터를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 신도림역 사무실에 전화했다. 공익근무요원이 귀찮다는 듯 한참 뒤 나타났다. 테크노마트 안으로 들어가 복잡한 길을 통과해 겨우 엘리베이터를 타고 신도림역에 도착했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역무실에 가서 '길이 복잡하니 안내문을 친절히 붙여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이건 우리 일이 아니다"라는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테크노마트나 구청이 해야 하는 일 아니냐며 책임을 미루는 거였다. 안내문 하나 붙이는 일에 관할과 책임을 논하다니. 남편도 나도 화가 나서, 약속 못하면 집에 안 가겠다고 버텼다. 소위 진상고객이 된 것이다.
겨우 경찰이 와서 중재하자 직원이 마지못해 약속했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였다. 경찰차를 타 보려 했지만 휠체어를 태울 공간이 안 나오니 경찰도 별수 없이 그냥 가버렸다. 결국 걷다 걷다 지쳐 장애인콜택시를 불렀는데 어찌나 서럽던지. 그때 대성통곡 했던 기억이 난다. 남편이 무의 '모두의 지하철'( 휠체어 눈높이에서 지하철 엘리베이터 위치를 알려주는 교통약자 환승안내 디자인 연구와 제작)프로젝트에 열심히 참여한 것도 이런 일상의 기억 때문이다."
- 가족이 있다 해도 사업을 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초기에 사업을 꾸리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중간지원조직 인큐베이팅 공간에서 시작했다. 2018년에 첫 직원이 입사했고, 그 해 직원이 4명으로 늘었다. 직원이 6명이 될 때까지 3년 가량 그 곳에 있었다. 리더가 될 준비도 없이 의욕만 갖고 사업을 시작했는데 다행히 좋은 사람들이 회사에 들어와서 큰 준비 없이도 대표 역할을 감당하게 됐다. 창업1년 6개월 후, 마음이 맞았던 전 직장 동료에게 같이 일하자고 손을 내밀었고 우리 회사 본부장이 됐다. 그 외에도 좋은 분들이 많이 들어왔다. 인복이 있는 것 같다. 사회연대경제 지원사업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선배 멘토들도 있었고, 홍보물을 만들든 운영비 지원이든 큰 힘이 됐다.
장애 정책을 잘 알고 있다 보니 초기 작업물 중에는 법과 정책을 당사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물들을 많이 만들었다.직원을 채용하기 전에는 내가 텍스트 초고를 쓰고 디자인은 외주를 주고, 발달장애 당사자들에게 감수를 맡기는 방식으로 쉬운 정보를 만들었다."
비발달장애인도 좋아한 '장례식장 예절 영상'
- 쉬운 정보 작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우아한형제들 배달의민족 쉬운 사용 가이드다. 1년에 한 번씩 발달장애인들에게 어떤 정보를 알고 싶은지 당사자 설문조사를 했었는데, 코로나 시기 배달앱 사용법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그래서 발달장애인들의 조언을 듣고 쉬운 배달앱 사용법을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만들다 보니 배민이 해야 할 일인데 왜 우리가 하고 있지?'하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우아한형제들 문을 꾸준히 두들겼다. 자신들의 서비스니 함께 만드는 게 맞겠다 싶었고, 우리가 자체적으로 만들다가 UI(사용자 인터페이스)라도 갑자기 바뀌면 어쩌지라는 걱정도 들었다."
▲ 소소한소통이 만든 배달의민족 사용법 발달장애인들이 쉽게 배달앱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든 가이드. 소소한소통이 제작했다.
ⓒ 소소한소통
- 당시 저도 배민에 있는 지인들에게 소소를 소개했고 심지어는 어떤 모임에서 만난 배민 임원분에게 소소를 소개드린 기억이 난다.
"그렇게 몇 달만에 배민과 연락이 닿았다. 처음엔 우아한형제들에서도 의구심이 있었다. "이걸 보면 발달장애인이 정말 혼자 주문할 수 있냐"고 물으시더라.실제 발달장애인을 만나보면 공감대가 높아질 것 같아, 감수회의에 참석하여 발달장애인이 배달앱 사용설명서에 대해 감수 의견을 내는 것을 직접 보게 했다. 그걸 보고 나서 담당 부서는 '되겠구나'하는 확신을 가졌고, 오히려 광범위한 UX(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인사이트를 얻으셨다고 하더라. 결국 예산도 받게 되어 4년간 꾸준히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 쉬운 정보를 만드는 소소한소통에서 제작한 장례식 에티켓 영상 중 일부. 흔히 놓치기 쉬운 장례식 예절을 발달장애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영상. 비발달장애인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댓글이 많다.
ⓒ 소소한소통
▲ 쉬운 정보를 만드는 소소한소통에서 제작한 장례식 에티켓 영상 중 일부. 흔히 놓치기 쉬운 장례식 예절을 발달장애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영상. 비발달장애인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 소소한소통
자체 프로젝트로 제작한 '장례식장 예절 영상'도 기억에 남는다. 발달장애인도 경조사에 참여하면 좋겠는데 배울 기회가 좀처럼 없지 않나. 책자와 영상을 만들었는데, 우리 유튜브 영상 중에서도 조회수가 상위권이다. 따지고 보면 나도 20대 때 장례식장 예절을 파악하기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 발달장애인뿐 아니라 20대 초반 젊은 사람들이 감사하다는 댓글을 많이 남겨줬다. 쉬운 정보라는 게 발달장애인에게 제일 유용하지만, 경험 안 해본 모든 비발달장애인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걸 느꼈다."
- 책도 여러 권 쓰셨는데.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이라는 책이 첫 책이었다. 한 출판사 편집자님과 스터디 모임에서 만났는데, 내가 SNS에 그동안 쓴 화나는 이야기들, 신도림역 에피소드 같은 걸 책으로 써보면 좋겠다고 제안하셨다. '회사가 많이 알려질 수 있다'는 이야기에 혹해서 쓰게 됐다. 집필 초에는 고생을 많이 했다. 에세이를 어떻게 쓰는지 잘 몰라서였다. 그런데 책을 낸 후 중고등학생들이 회사 방문을 많이 하고, 미래 꿈으로 우리 회사같은 곳을 만들겠다고 이야기하는 걸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 이 책은 7쇄를 찍었다. 이후 출판사들이 장애 관련 책을 쓸 때 많이 연락을 주시더라.
책을 쓰는 게 쉽지 않고 신중해야 하지만 독자들의 리뷰를 직접 받아보면서 책이 주는 힘을 느꼈다. 최근에는 <장애를 왜 이해해야 할까요>라는 아동용 책도 냈다. 소소한소통이 하는 일과 운영에 대해 책을 한 번 더 쓰기로 했는데 잘 안 풀려서 고민 중이다."
연 1회 단체 소개팅... 지금도 대기자 있어
▲ 소소한소통이 연 발달장애인 소개팅 행사 소소한소통이 연 발달장애인 소개팅 행사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i0mzIt6c6oM) 중. 소소한소통이 만든 발달장애인 컨텐츠인 <쉽지> 연애편의 일환으로 이뤄진 행사로 소소는 이 행사를 3년째 개최하고 있다.
ⓒ 소소한소통
- 소소한소통의 여러 프로젝트 중 '소개팅' 프로젝트가 있더라. 이건 왜 기획하게 된 건가?
"사실 발달장애인들은 정보 취약계층이다 보니 가족이나 종사자들에게는 가장 기본적인 '안전과 권리' 정보가 정보 제작시 1순위다. 모르고 지나치면 손해니까 말이다. 그런데 정작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은 놀고 즐기는 정보가 1순위다. 특히 연애 관련 콘텐츠가 필요했다. 소소한소통에 발달장애인들이 질문을 많이 보내기도 하는데 "남친 생겼는데 피임이 어려워요" 같은 질문이 있더라. 성인 발달장애인들도 연애에 관심이 많은데, 대화나 관계 맺는 게 서툴다 보니 섬세한 대화가 어렵다.
그래서 연애와 관련된 책을 만들었는데 감수하던 발달장애인들이 "연애할 기회가 없잖아요"라고 하더라. 기회를 만들어줘야 겠다 싶어서 3년 전에 첫 단체 소개팅을 기획했고 매년 1번씩 진행하고 있다.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지금도 대기 중인 분들이 계신다. 사실 실제 커플로 맺어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소개팅 참여를 계기로 계속 연락하는 관계 만들기다. 그래서 두 번째 만남 후에는 잘 만났는지 물어보기도 한다. 헤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친구로 지낸다는 소식도 듣는다. 해외에서도 연락이 온다. 미국에 사는 발달장애인 부모님들이 한국에 오셨을 때 소소를 방문해 문의하기도 했고, 호주에 사는 발달장애인 부모님의 부탁으로 한국 발달장애인 친구를 연결해드리기도 했다. 이렇게 소문이 나다 보니 12월에는 모 방송국에서 소소가 주선한 발달장애인 소개팅을 촬영해 가기도 했다."
- 회사 운영은 어떤가?
"'망하지는 않았습니다'정도로 말하고 싶다. (웃음) 남는 건 없지만, 우리 힘으로 회사를 유지한다는 것이 대견하다. 힘들 때가 있긴 하다. 일은 많지만 상황에 따라 맞춰야 하다 보니 수지타산이 잘 맞지 않는 반면 파트너가 주려는 비용은 시장가의 3분의 1 수준일 때도 있다. 대부분이 인건비인데 시장가를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소소에서 <서툴지만 혼자 살아보겠습니다> 같은 발달장애인 살림 책을 만들었는데, 이런 책이 잘 팔렸으면 좋겠다. 비영리 섹터에 비매품이 너무 많다 보니 책을 돈 주고 사는 시장이 열리지 않는 게 아쉽다."
- 마라톤을 꾸준히 하신다. 마라톤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
"회사를 차린 후 운동도 안하고 혼술이 늘었었다. 낮이고 밤이고 일 생각을 하고, 자다가 중간에 깨면 일 생각이 훅 들어오던 시절이었다. 그러다가 선정된 뷰티풀펠로우(아름다운가게에서 운영하는 사회혁신가 지원 프로그램) 네트워킹 모임에 나가게 됐다. 김현진 하티웍스(장애인 교육 전문기업) 대표님이 '대표 자신에게 투자하는 게 회사를 위한 최고의 투자'란 말을 하시는데 머리를 맞은 듯했다. 일단 마라톤 대회를 신청했다. 6개월 후에는 뛸 수 있겠지 했는데, 정신 차려보니 3주 남았더라. 헬스장 등록하고 트레드밀 달리기를 시작했다. 간신히 트레드밀로 5km를 뛴 후 첫 마라톤대회에 나갔는데, 대회 도착지점에 아치가 보이는데 다른 러너들은 슬로모션으로 뛰는데 나만 전속력으로 뛰는 느낌이었다. 살면서 겪지 못한 도파민을 느꼈다.
이후 틈날 때마다 마라톤 대회를 신청했다. 사업을 하다 보면 24시간 회사 생각을 하는데 뛰는 동안만큼은 유일하게 회사 생각이 안 나더라. 이렇게 달리니 진짜 생각이 필요할 때 집중력이 좋아졌다. 성취감도 올라갔다. 사업은 내 맘 같지 않은데, 달리기는 내가 하는 만큼 결과가 나오니까 말이다. 체중이 빠지는 것은 물론이고 잘 자게 되고 체력이 좋아지니까 스트레스를 잘 버티게 됐다."
▲ 마라톤에 참여한 백정연-이승일 부부 백정연-이승일 부부가 2025년 4월 배리어프리지향 마라톤 키움런에 참여했을 때의 모습. 소소한소통을 운영하는 백정연 대표는 마라톤 매니아로 이날 행사에 휠체어를 이용하는 남편 이승일 씨와 함께 10km 러닝에 도전했다.
ⓒ 백정연
- 혹시나 해서 2025년 4월 무의가 연 '키움런'에 두 분을 초대했는데 선뜻 나와주시겠다 해서 감사했다.
"남편과는 작년에 부천 마라톤 5km를 같이 나갔다. 사실 둘이서 대회 나가는 게 쉽지 않다. 달리는 환경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소위 메이저 대회라고 하는 큰 마라톤일 수록 걱정된다. 신청 페이지의 장애 접근성도 좋지 않은 경우가 많고, 경쟁적으로 달리는 다른 러너들에게 치일 우려도 있다. 그래서 마라톤대회에 남편과 함께 나가면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다가 나중에 천천히 출발하곤 했다. 그래서 부천 마라톤을 할 때도 두 커플이 함께 갔다.
그러다가 4월에 배리어프리 지향 마라톤인 키움런에 참여했는데 이 때 남편과 함께 10km를 완주했다. 사실 완주할 거라고 생각을 못 했다. 남편이 수동휠체어로 참여를 하니 내가 밀어줄 수밖에 없었고, 소위 팔치기(달리기할 때 팔을 흔드는 것)를 할 수 없어서 너무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 때 남편이 완주 욕심을 강하게 내서 결국 10km 를 완주했다. 당시 기록이 1시간 6분이었는데, 이렇게 기록이 남으니 목표도 생긴 거다.
키움런이 좋았던 건 '같이러너'라는 제도가 있어서 기본적으로 모두가 함께 달릴 수 있도록 서로를 배려한다는 거였다. 휠체어로 달리며 주변에서 격렬하게 응원하는 걸 들으며 희열을 느꼈다. 작은 일상을 같이 한다는 게 당연한 것 같지만, 장애가 있는 가족이 있으면 그렇게 함께 같은 공간에서 같은 경험을 하기가 쉽지 않다. 어떤 일상이든 어떤 장애를 갖고 있든 가족 친구와 함께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내년 계획이 있다면?
"올해 이큐포올(아바타 수어 번역 플랫폼을 운영하는 소셜벤처)과 함께 AI 기반 쉬운 정보 변환 서비스를 만들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복잡하거나 어려운 문장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표현으로 바꿔주는 정보 접근성 혁신 서비스다. 소소한소통 매출을 깎아먹을 수도 있지만, 흐름상 안 할 수 없었다. AI를 활용해 쉬운 정보를 만들 수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 이런 변환이 절대로 쉽지 않고 정보가 난해한 게 많다. 사용자들이 프롬프트를 잘 써야만 제대로 작동한다. 번역기처럼 변환 버튼만 누르면 바로 바뀌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적용했다. 발달장애인뿐 아니라 고령자, 외국인 등 복잡한 행정 안내문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모든 정보 약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란다."
백정연 대표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쉬운 정보' 사업에 대한 집요함이 느껴진다. AI시대에 정보 소외되기 쉬운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AI를 만든다는 건 사업 본질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는 불가능하다. 모든 이들을 위한 소소한 소통이 더 많아지고 더 다정해지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며.
덧붙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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