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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기자 admin@reelnara.info12월4일 김종철 방미통위 위원장 후보가 과천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연합뉴스
오랜 기간 공석이던 신설 정부 조직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약칭 방미통위) 위원장이 지명됐다. 후보자는 김종철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12월4일부터 정부과천청사 인근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청문회 일정은 12월16일로 잡혔다. 이 시점이 지나고 나면, 한동안 멈춰 있던 미디어와 정보통신 관련 정책이 드디어 수립되고 집행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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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은 아직 멀다. 이진숙 전 위원장을 내쫓기 위해 기존 방송통신위원회를 확대 개편한 정부조직법을 통과시켰다며, 국민의힘이 으름장을 놓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이 신설 조직은 기존 상임위원 5인 체제에서 7인의 상임 및 비상임위원 체제로 변경됐다. 상임위원 3인 중 위원장을 포함한 2인은 대통령이 이미 지명했고, 나머 바다이야기비밀코드 지 상임위원 1인은 국회교섭단체 중 야당인 국민의힘 추천 몫이다. 비상임위원 4인은 국회가 정하는데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2인씩 추천한다. 현재 방미통위는 대통령이 지명한 상임위원인 류신환 위원이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김종철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여 곧바로 지명된다고 하더라도 상임위원 2인만 갖춰질 뿐이다. 의결정족수 4인을 채우려면 민주당과 온라인골드몽 국민의힘이 국회 추천 몫을 모두 행사해야 한다. 물론 민주당이 비상임위원 2인을 추천해서 국회 의결을 거치면 일단 최소 의결 기준(4인)은 채울 수 있다. 하지만 나머지 상임 및 비상임위원 3인을 국민의힘이 추천하지 않으면 상처를 안은 채 당분간 삐걱대며 굴러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어떻게 바다이야기게임2 대응할까? 윤석열 정부 시절, 방통위를 파행 운영하면서 2인 체제로 내린 모든 결정이 속속 법원에 의해 무효화됐다. 이를 ‘교훈’으로 삼을지 아니면 ‘빌미’로 써먹을지가 핵심이다. 교훈이라면 응당 반성을 전제로 하며, 유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로 나아가야 마땅하다. 지금까지 보아온 국민의힘이라면 그럴 리가 없다. 따라서 복수를 위한 빌미로 골드몽사이트 써먹을 가능성이 현재로선 더 높다. 그러나 자신들 몫인 3인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해서 윤석열 정부의 방통위가 처했던 곤경이 반복되지는 않을 거라서 문제다. 민주당은 단순히 위원을 추천하지 않을 권한을 행사한 것만이 아니라 위원(장)에 대한 탄핵 소추가 가능한 의석을 지니고 있었다. 게다가 사실 방통위원의 야당 몫 임명을 가로막은 건 애초에 윤석열 정부였다. 최민희 현 국회 과방위원장이 당시 민주당 몫 방통위원으로 추천되었으나, 대통령이 거의 1년이 다 가도록 임명하지 않는 사상 초유의 행패를 부렸다. 그 뒤로 민주당은 당시 대통령과 여당이 임명한 위원장과 위원에 대해 탄핵소추권을 발동하면서 방통위의 의사결정력을 견제했다.
국민의힘, 추천권 행사할까?
솔직히 말해 탄핵 소추 당할 만한 일을 그들 스스로, 필경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지시를 따라, 행했던 탓도 매우 크다. 그럼에도 이들은 무슨 상관이냐는 투로 MBC에 대한 제재 결정, MBC 감독기관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YTN 매각 승인 등 굵직굵직한 사안을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아시다시피 이들 모두 법원에 의한 중지 및 무효화 판결을 받았다. 제 발등을 찍어도 참으로 세게, 연속적으로 찍은 격이다. 그 도끼에 자기 손발이 다 잘려나갔다. 이걸 고스란히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겪게 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10월14일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그렇다면 ‘못 이기는 척’하면서 마치 ‘교훈’을 통해 달라지기라도 한 양, 스리슬쩍 3인의 위원에 대한 추천권을 행사하지 않을까 싶다. 추천권이나 선임권은 정치를 하는 집단이 자신에 대한 지지를 유지할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국민의힘이 대승적인 결단이라도 하는 시늉을 하며 추천권을 행사할 경우, 그 아래로 줄을 설 자들은 널렸다. 상임위원이 되면 연봉도 넉넉하고 적당히 나눠줄 자원도 생기고 무엇보다 챙겨줄 자리가 파생적으로 더해진다. 여당 시절만큼은 아니라고 해도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자리부터 해서 각종 소속 위원회의 위원 자리도 나눠 먹을 수 있다. KBS·EBS·MBC 등 공영방송 이사 자리도 몇 개쯤 건질 계제가 생긴다. 그거 먹어보자고 충성을 맹세하는 자들도 덩달아 불어날 거다. 눈만 딱 감으면 나쁠 것 없는 장사 아닌가? 물론 이들은 그걸 하더라도 판을 봐가면서, 최대한 천천히 해나갈 테다. 당장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걸겠다는 어이없는 만용을 부리는 건 자신들에게 남은 정치적 수단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정무수석에게 정치적 거래를 요청하건, 원내대표들 사이에 정치적 물밑 작업을 하건, 사보타주를 걸 쾌가 있으면 하나하나 아껴가며 소중히 사용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를 둘러싼 치열한 암투와 수싸움이 벌어질 것이다.
지극히 정치공학적 이야기를 한 것은 내가 무슨 대단한 정치평론가나 시사분석가가 된 것처럼 굴기 위해서는 아니다. 나 역시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그런 정치공학적 계산을 미디어 정책과 제도 운용에 끼워 넣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배척했다. 하지만 현실의 미디어 정책과 관련 제도가 정확히 그것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합의제’ 행정기구라는 이 제도의 물적 토대가 정치공학을 불러들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합의제라는 형식이 만악의 근원인가? 당연히 그렇지는 않다. 언론을 포함한 사회문화적 기구로서의 미디어는 옳고 그름이나, 수학적 계산이나, 정치적 결단과 같은 ‘잠정적 정답’을 통해 작동하지 않는다. 수많은 가치가 서로 충돌하면서 ‘과정적 해답’의 형태로 집산 혹은 조율됨으로써 굴러간다. 적어도 원론적으로는 그렇다. 그래서 되도록 타협하며 끌고 가라고, 가끔 가다가는 타협이 어려운 일이 생길 텐데 그럴 경우에도 치열한 논의 끝에 다수결에 의해서, 정치적 부담을 끼고 결정하라고 만든 제도이다.
하지만 지난 20년에 걸쳐 그것을 운영해본 결과는 어떤가. 각각의 독립적 의사결정 주체는 전문가가 아니라 정치적 피후견인들에 의해 채워졌다. 타협이나 조율이 아니라 상대의 의사결정을 최대한 미루고 상처를 남기도록 하기 위한 사보타주가 일상화됐다. 솔직히 제대로 된 전문가가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고 해서 독립성에 기초를 둔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을까 싶다.
12월5일 국민의힘이 ‘혼용무도 이재명 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를 열었다. ⓒ연합뉴스
그래서 이번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한창 논의될 때 아예 합의제 위원회 체제가 아닌 독임제 정부 부처로 바꾸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만만찮게 있었다. 심지어 학계에서도 그런 의견이 나왔다. 보통 독임제 부처를 선호하는 건 산업계였고, 합의제 부처에 좀 더 무게를 두는 건 학계였다. 산업계는 의사결정이 지지부진하여 예측성이 떨어지는 것을 싫어하게 마련이고 이른바 대관 업무, 즉 로비를 하고 의사를 교환할 대상이 단순한 것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학계는 미디어의 사회문화적 본질에 좀 더 충실하고 싶어 한다. 정권이 바뀜에 따라 정책도 휙휙 바뀌고 지배구조도 덩달아 판이하게 변하면 미디어에 요구되는 보편성과 독립성이 정파성에 의해 희생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엔 학계가 합의제 기구에 대한 과거의 신념을 상당 부분 누그려뜨렸다. 그만큼 한국의 미디어 업계가 겪은 파행이 너무 길어서 그랬을 테다. 정치계는 또 다르다. 집권세력은 자신들의 의지가 그대로 투영될 수 있는 독임제를 선호하지만, 야권 세력은 그나마 끼어들 틈이라도 있는 합의제를 바라기 마련이다. 창졸지간에 야당이 되어버린 국민의힘이야 이진숙을 정당하게 내쫓을 묘수인 방미통위로의 재편을 겉으로는 반대했지만, 그나마 독임제로 변경되지 않은 것에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지도 모른다. 자신들이 권좌에 있을 땐 임기를 무시하고 내쫓으면 됐고, 자신들이 야당일 때는 임기를 보장하라며 싸울 계제가 남으니 일거양득인 셈이었다. 산업계와 학계와 의회 다수파의 지위를 갖고 있는 집권세력의 의지가 만나서 독임제로의 변화가 발생할 수도 있었겠지만, 인수위원회도 없이 정부를 굴려야 하는 입장과 합의제 기구에 대한 나름의 철학이 유지되어서인지, 오히려 초기 방통위 체제에 위원 수만 늘린 여러모로 낯익으면서도 낯선 방미통위가 탄생했다.
따라서 국민의힘이 당분간 전면적 사보타주를 통해 3인의 위원 자리를 채워주지 않건, 혹은 전술을 변경해 ‘안에서’ 싸우기로 결정하건, 합의제 기구로서의 장점이나 미덕이 그리 잘 살아날 것 같지는 않다. 3인이 없더라도 결국 4인이 최소한의 의사결정 요건을 채워가며 급한 일들을 해나갈 것이다. 3인이 더해지더라도 결국 중요한 건 다수결로 해결하고 덜 중요하다 싶은 것은 (즉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정치적 부담이 크다고 생각되는 것은) 합의를 기대한다는 명분하에 의사결정을 미룰 테다. 윤석열 정부 시절의 방통위에 비해 의사결정의 효력은 좀 더 생기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합의제를 통해 의도했던 바가 이번에도 잘 실현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뜻이다. 합의제는 그 합의를 수행할 주체 혹은 합의의 공간을 만드는 주체로서의 정치, 그 합의의 장에 들어갈 자격과 수준을 지닌 전문가, 그리고 그곳에서 결의된 합의를 합의가 아닌 의사결정보다 더 나은 것으로 받아들여줄 문화가 형성되지 않으면 작동하기 어렵다. 그리고 지난 20년간 우리 사회는 이런 측면에서 끊임없이 퇴보해왔다.
그럼에도 ‘합의’가 여전히 중요하다면
상황이 이렇다고 해도 합의제 기구를 존속해야 한다는 주장이 가치론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우위에 서게 된 것은 필경 방미통위라는 조직의 핵심 정책 영역인 공영방송, 지상파방송,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 등의 제반 ‘방송’ 부문이 갖는 중요성, 그리고 이에 대한 규제력을 지니는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등의 부속 조직 때문이었을 것이다. 공영방송 사장 선임 기능과 경영감독 기능을 갖는 공영방송 이사회, 그리고 방미통위를 따라 적어도 이름과 규제 범위 차원에서는 확대 개편된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의 지배구조 및 의사결정 형식은 방미통위의 합의제 및 추천 구조를 복사해서 붙여넣은 상태다. 방미통위를 설치하기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 이전에 ‘미디어 개혁’ 차원에서 먼저 단행된 이른바 방송 4법 개정안에는 방미통위 설치법의 기본 모티브가 고스란히 내장돼 있었다. 공영방송에 대비되는 의미로 사영방송의 지배구조는 그렇지 않지만, 이들을 규율하는 법제로서의 방송법이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사회문화적 합의’를 중시하는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제 본격화될 방미통위의 미래는 여전히, 어떤 식으로든 시원함보다는 답답함이 지배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요컨대 ‘그간 늦춰져왔던 반드시 필요한 정책의 도입과 시행, 그리고 미디어 부문의 선진적 개혁’이 신속하면서도 합의적 형태로 차근차근 진행되는 상황을 꿈꾸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눈 밝은 독자라면 눈치를 챘겠지만, ‘신속, 합의, 차근차근’은 동시에 이루기 어려운 일종의 형용모순이며, 방미통위의 선행 조직이 이미 걸어온 길을 통해 앞으로 걸어갈 길을 예상하게 한다.
12월8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전준형 언론노조 YTN 지부장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컨대 방미통위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중에 하나가 전 정부에서 우악스럽게 행해진 YTN 매각을 되돌리는 문제인데, 그 안에 방미통위의 책무와 그 운명이 녹아 들어가 있다. 최근 법원의 1심 판결도 나왔음에도, YTN의 매각을 뒤로 돌리고 이를 성공적으로 재공영화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린아이 손에 쥐여준 사탕도 무리 없이 되찾기란 어려운 법이다. YTN을 손에 쥔 유진그룹은 법적 다툼을 이어갈 것이고, 국민의힘이 ‘파견’한 방미통위 위원들은 사사건건 이를 물고 늘어질 테다. 이 난관을 뚫고 YTN을 다시 공영화한들 그저 과거에 있던 자리로 되돌려놓는 것조차 쉽지 않고 큰 의미도 없다. 대통령이 밀어붙이니 군말 없이 지분을 토해냈던 공기업에 다시 그걸 되사들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새로운 지배주주가 될 공사 체계를 설립해야 할까? 그 재원은 어디서 마련할까? 냉정하게 말해 사양산업이면서 공적 기능을 정당화하기도 어려운 이 ‘한때의’ 준공영방송을 재공영화하는 게 과연 어떤 공적 효용과 가능성을 설득할 수 있을까? 설령 YTN이 공영 체제를 복구한다고 해도 시민의 신뢰가 돌아올까? 내부의 동력이 ‘공영이기에 모든 면에서 더 나은’ 뉴스전문채널을 만들 힘과 의지를 갖고 있을까?
방미통위는 이런 질문에 답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마련된 답 속에는, 여전히 방미통위의 핵심 정책 분야이면서도 그만큼의 사회적 중요성을 점점 더 갖기 어렵게 된 이들 크고 작은 ‘공(룡)공(영) 미디어’의 존재 의의를 입증하고 합당한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 또 그런 와중에도 어쩌면 산업적으로 보나 시민·소비자적 효용으로 보나 점점 더 막중한 지위를 차지하게 될 문제, 예컨대 온라인 플랫폼의 공정화, 인공지능에 의한 정보환경 속 윤리 기준 마련과 사회적 신뢰 회복, 혐오와 차별적 표현에 대한 합리적 규제, 글로벌 거대 기업이 주도하는 음성영상 미디어 시장에서 우리 주체들이 갖는 경쟁력과 우리 고유의 사회문화적 가치를 보호해야 하는 과제를 어찌 실현할 것인가? 가히 첩첩산중이다. 아무리 요모조모 따져봐도 뻥 뚫린 시원함보다는 곳곳이 가로막힌 답답함만 그득하다. 제도의 형태도 답답하고, 그것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답답하다면 현실적 결론은 하나다. 어쩔 수 없이, 답답하게라도, 그나마 조금은 빨라야 할 것과 아무래도 조금은 천천히 갈 수밖에 없는 것을 구별해가면서, 다리를 질질 끌 운명을 안고 최대한 잰걸음으로 나아가야 한다.
정준희 (미디어인문학교 해시칼리지 원장)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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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공석이던 신설 정부 조직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약칭 방미통위) 위원장이 지명됐다. 후보자는 김종철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12월4일부터 정부과천청사 인근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청문회 일정은 12월16일로 잡혔다. 이 시점이 지나고 나면, 한동안 멈춰 있던 미디어와 정보통신 관련 정책이 드디어 수립되고 집행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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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 탄핵 소추 당할 만한 일을 그들 스스로, 필경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지시를 따라, 행했던 탓도 매우 크다. 그럼에도 이들은 무슨 상관이냐는 투로 MBC에 대한 제재 결정, MBC 감독기관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YTN 매각 승인 등 굵직굵직한 사안을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아시다시피 이들 모두 법원에 의한 중지 및 무효화 판결을 받았다. 제 발등을 찍어도 참으로 세게, 연속적으로 찍은 격이다. 그 도끼에 자기 손발이 다 잘려나갔다. 이걸 고스란히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겪게 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10월14일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그렇다면 ‘못 이기는 척’하면서 마치 ‘교훈’을 통해 달라지기라도 한 양, 스리슬쩍 3인의 위원에 대한 추천권을 행사하지 않을까 싶다. 추천권이나 선임권은 정치를 하는 집단이 자신에 대한 지지를 유지할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국민의힘이 대승적인 결단이라도 하는 시늉을 하며 추천권을 행사할 경우, 그 아래로 줄을 설 자들은 널렸다. 상임위원이 되면 연봉도 넉넉하고 적당히 나눠줄 자원도 생기고 무엇보다 챙겨줄 자리가 파생적으로 더해진다. 여당 시절만큼은 아니라고 해도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자리부터 해서 각종 소속 위원회의 위원 자리도 나눠 먹을 수 있다. KBS·EBS·MBC 등 공영방송 이사 자리도 몇 개쯤 건질 계제가 생긴다. 그거 먹어보자고 충성을 맹세하는 자들도 덩달아 불어날 거다. 눈만 딱 감으면 나쁠 것 없는 장사 아닌가? 물론 이들은 그걸 하더라도 판을 봐가면서, 최대한 천천히 해나갈 테다. 당장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걸겠다는 어이없는 만용을 부리는 건 자신들에게 남은 정치적 수단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정무수석에게 정치적 거래를 요청하건, 원내대표들 사이에 정치적 물밑 작업을 하건, 사보타주를 걸 쾌가 있으면 하나하나 아껴가며 소중히 사용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를 둘러싼 치열한 암투와 수싸움이 벌어질 것이다.
지극히 정치공학적 이야기를 한 것은 내가 무슨 대단한 정치평론가나 시사분석가가 된 것처럼 굴기 위해서는 아니다. 나 역시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그런 정치공학적 계산을 미디어 정책과 제도 운용에 끼워 넣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배척했다. 하지만 현실의 미디어 정책과 관련 제도가 정확히 그것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합의제’ 행정기구라는 이 제도의 물적 토대가 정치공학을 불러들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합의제라는 형식이 만악의 근원인가? 당연히 그렇지는 않다. 언론을 포함한 사회문화적 기구로서의 미디어는 옳고 그름이나, 수학적 계산이나, 정치적 결단과 같은 ‘잠정적 정답’을 통해 작동하지 않는다. 수많은 가치가 서로 충돌하면서 ‘과정적 해답’의 형태로 집산 혹은 조율됨으로써 굴러간다. 적어도 원론적으로는 그렇다. 그래서 되도록 타협하며 끌고 가라고, 가끔 가다가는 타협이 어려운 일이 생길 텐데 그럴 경우에도 치열한 논의 끝에 다수결에 의해서, 정치적 부담을 끼고 결정하라고 만든 제도이다.
하지만 지난 20년에 걸쳐 그것을 운영해본 결과는 어떤가. 각각의 독립적 의사결정 주체는 전문가가 아니라 정치적 피후견인들에 의해 채워졌다. 타협이나 조율이 아니라 상대의 의사결정을 최대한 미루고 상처를 남기도록 하기 위한 사보타주가 일상화됐다. 솔직히 제대로 된 전문가가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고 해서 독립성에 기초를 둔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을까 싶다.
12월5일 국민의힘이 ‘혼용무도 이재명 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를 열었다. ⓒ연합뉴스
그래서 이번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한창 논의될 때 아예 합의제 위원회 체제가 아닌 독임제 정부 부처로 바꾸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만만찮게 있었다. 심지어 학계에서도 그런 의견이 나왔다. 보통 독임제 부처를 선호하는 건 산업계였고, 합의제 부처에 좀 더 무게를 두는 건 학계였다. 산업계는 의사결정이 지지부진하여 예측성이 떨어지는 것을 싫어하게 마련이고 이른바 대관 업무, 즉 로비를 하고 의사를 교환할 대상이 단순한 것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학계는 미디어의 사회문화적 본질에 좀 더 충실하고 싶어 한다. 정권이 바뀜에 따라 정책도 휙휙 바뀌고 지배구조도 덩달아 판이하게 변하면 미디어에 요구되는 보편성과 독립성이 정파성에 의해 희생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엔 학계가 합의제 기구에 대한 과거의 신념을 상당 부분 누그려뜨렸다. 그만큼 한국의 미디어 업계가 겪은 파행이 너무 길어서 그랬을 테다. 정치계는 또 다르다. 집권세력은 자신들의 의지가 그대로 투영될 수 있는 독임제를 선호하지만, 야권 세력은 그나마 끼어들 틈이라도 있는 합의제를 바라기 마련이다. 창졸지간에 야당이 되어버린 국민의힘이야 이진숙을 정당하게 내쫓을 묘수인 방미통위로의 재편을 겉으로는 반대했지만, 그나마 독임제로 변경되지 않은 것에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지도 모른다. 자신들이 권좌에 있을 땐 임기를 무시하고 내쫓으면 됐고, 자신들이 야당일 때는 임기를 보장하라며 싸울 계제가 남으니 일거양득인 셈이었다. 산업계와 학계와 의회 다수파의 지위를 갖고 있는 집권세력의 의지가 만나서 독임제로의 변화가 발생할 수도 있었겠지만, 인수위원회도 없이 정부를 굴려야 하는 입장과 합의제 기구에 대한 나름의 철학이 유지되어서인지, 오히려 초기 방통위 체제에 위원 수만 늘린 여러모로 낯익으면서도 낯선 방미통위가 탄생했다.
따라서 국민의힘이 당분간 전면적 사보타주를 통해 3인의 위원 자리를 채워주지 않건, 혹은 전술을 변경해 ‘안에서’ 싸우기로 결정하건, 합의제 기구로서의 장점이나 미덕이 그리 잘 살아날 것 같지는 않다. 3인이 없더라도 결국 4인이 최소한의 의사결정 요건을 채워가며 급한 일들을 해나갈 것이다. 3인이 더해지더라도 결국 중요한 건 다수결로 해결하고 덜 중요하다 싶은 것은 (즉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정치적 부담이 크다고 생각되는 것은) 합의를 기대한다는 명분하에 의사결정을 미룰 테다. 윤석열 정부 시절의 방통위에 비해 의사결정의 효력은 좀 더 생기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합의제를 통해 의도했던 바가 이번에도 잘 실현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뜻이다. 합의제는 그 합의를 수행할 주체 혹은 합의의 공간을 만드는 주체로서의 정치, 그 합의의 장에 들어갈 자격과 수준을 지닌 전문가, 그리고 그곳에서 결의된 합의를 합의가 아닌 의사결정보다 더 나은 것으로 받아들여줄 문화가 형성되지 않으면 작동하기 어렵다. 그리고 지난 20년간 우리 사회는 이런 측면에서 끊임없이 퇴보해왔다.
그럼에도 ‘합의’가 여전히 중요하다면
상황이 이렇다고 해도 합의제 기구를 존속해야 한다는 주장이 가치론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우위에 서게 된 것은 필경 방미통위라는 조직의 핵심 정책 영역인 공영방송, 지상파방송,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 등의 제반 ‘방송’ 부문이 갖는 중요성, 그리고 이에 대한 규제력을 지니는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등의 부속 조직 때문이었을 것이다. 공영방송 사장 선임 기능과 경영감독 기능을 갖는 공영방송 이사회, 그리고 방미통위를 따라 적어도 이름과 규제 범위 차원에서는 확대 개편된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의 지배구조 및 의사결정 형식은 방미통위의 합의제 및 추천 구조를 복사해서 붙여넣은 상태다. 방미통위를 설치하기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 이전에 ‘미디어 개혁’ 차원에서 먼저 단행된 이른바 방송 4법 개정안에는 방미통위 설치법의 기본 모티브가 고스란히 내장돼 있었다. 공영방송에 대비되는 의미로 사영방송의 지배구조는 그렇지 않지만, 이들을 규율하는 법제로서의 방송법이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사회문화적 합의’를 중시하는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제 본격화될 방미통위의 미래는 여전히, 어떤 식으로든 시원함보다는 답답함이 지배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요컨대 ‘그간 늦춰져왔던 반드시 필요한 정책의 도입과 시행, 그리고 미디어 부문의 선진적 개혁’이 신속하면서도 합의적 형태로 차근차근 진행되는 상황을 꿈꾸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눈 밝은 독자라면 눈치를 챘겠지만, ‘신속, 합의, 차근차근’은 동시에 이루기 어려운 일종의 형용모순이며, 방미통위의 선행 조직이 이미 걸어온 길을 통해 앞으로 걸어갈 길을 예상하게 한다.
12월8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전준형 언론노조 YTN 지부장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컨대 방미통위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중에 하나가 전 정부에서 우악스럽게 행해진 YTN 매각을 되돌리는 문제인데, 그 안에 방미통위의 책무와 그 운명이 녹아 들어가 있다. 최근 법원의 1심 판결도 나왔음에도, YTN의 매각을 뒤로 돌리고 이를 성공적으로 재공영화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린아이 손에 쥐여준 사탕도 무리 없이 되찾기란 어려운 법이다. YTN을 손에 쥔 유진그룹은 법적 다툼을 이어갈 것이고, 국민의힘이 ‘파견’한 방미통위 위원들은 사사건건 이를 물고 늘어질 테다. 이 난관을 뚫고 YTN을 다시 공영화한들 그저 과거에 있던 자리로 되돌려놓는 것조차 쉽지 않고 큰 의미도 없다. 대통령이 밀어붙이니 군말 없이 지분을 토해냈던 공기업에 다시 그걸 되사들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새로운 지배주주가 될 공사 체계를 설립해야 할까? 그 재원은 어디서 마련할까? 냉정하게 말해 사양산업이면서 공적 기능을 정당화하기도 어려운 이 ‘한때의’ 준공영방송을 재공영화하는 게 과연 어떤 공적 효용과 가능성을 설득할 수 있을까? 설령 YTN이 공영 체제를 복구한다고 해도 시민의 신뢰가 돌아올까? 내부의 동력이 ‘공영이기에 모든 면에서 더 나은’ 뉴스전문채널을 만들 힘과 의지를 갖고 있을까?
방미통위는 이런 질문에 답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마련된 답 속에는, 여전히 방미통위의 핵심 정책 분야이면서도 그만큼의 사회적 중요성을 점점 더 갖기 어렵게 된 이들 크고 작은 ‘공(룡)공(영) 미디어’의 존재 의의를 입증하고 합당한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 또 그런 와중에도 어쩌면 산업적으로 보나 시민·소비자적 효용으로 보나 점점 더 막중한 지위를 차지하게 될 문제, 예컨대 온라인 플랫폼의 공정화, 인공지능에 의한 정보환경 속 윤리 기준 마련과 사회적 신뢰 회복, 혐오와 차별적 표현에 대한 합리적 규제, 글로벌 거대 기업이 주도하는 음성영상 미디어 시장에서 우리 주체들이 갖는 경쟁력과 우리 고유의 사회문화적 가치를 보호해야 하는 과제를 어찌 실현할 것인가? 가히 첩첩산중이다. 아무리 요모조모 따져봐도 뻥 뚫린 시원함보다는 곳곳이 가로막힌 답답함만 그득하다. 제도의 형태도 답답하고, 그것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답답하다면 현실적 결론은 하나다. 어쩔 수 없이, 답답하게라도, 그나마 조금은 빨라야 할 것과 아무래도 조금은 천천히 갈 수밖에 없는 것을 구별해가면서, 다리를 질질 끌 운명을 안고 최대한 잰걸음으로 나아가야 한다.
정준희 (미디어인문학교 해시칼리지 원장)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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